[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161] 3부 오름-(120)더데오름과 우보악

[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161] 3부 오름-(120)더데오름과 우보악
발음이 같으면 뜻도 같을 거란 추측으로 지명 해독
  • 입력 : 2026. 01.27(화) 03:00  수정 : 2026. 01. 27(화) 08:52
  •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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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데오름, 더뎅이와 무관

[한라일보] 더데오름은 서귀포시 상예2동에 있는 표고 228.4m, 자체높이 48m의 오름이다. 1709년 탐라지도와 1770년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제주삼읍도총지도 등 여러 고전에 가가악(加加岳)으로 표기했다. 이 외에도 가대악(加垈岳), 가가봉(加加峯) 등의 표기가 보인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에 더더오름, 2023년 제주특별자치도판 제주오름지도에는 더데오름으로 표기했다.

이 오름 남쪽에 가가동이라고 불리는 마을이 있다. 행정구역상 서귀포시 상예2동 3반이다. 서귀포시가 발간한 서귀포시지명유래집에는 가가동이라는 지명은 더데오름 주변에 마을이 형성됐기 때문에 이렇게 부르는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가(加)'는 '더'의 음가자, '악(岳 )'은 '오롬>오름'의 훈독자 표기라 했다. 이어서 "둘째 음절 '데'의 한자음이 없으므로 유사음 '더'의 음가자로 가(加)를 차용했다. '더더' 또는 '더데'는 '더뎅이'의 옛말 '더데'[가(痂) 더데 가<훈몽-초, 중:17>]에 대응하는 음성형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더데오름, 주변에 별다른 언덕들은 보이지 않는다. 남쪽에서 촬영. 사진 김찬수

더데오름의 '더데'란 '더뎅이'의 옛말이라는 것이 요지다. 그 근거로 훈몽자회라는 옛 책에 '가(痂)'라는 글자를 '더데'라 읽으라고 돼 있다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설명이다. 더뎅이란 부스럼 딱지나 때 따위가 거듭 붙어서 된 조각을 지시하는 말이다. 이걸 한자로 '가(痂)'라고 한다는 것이지 '가가(痂痂)'라고는 하지 않는다. 또한 한자표기도 딴판이다. 오직 발음만 유사할 따름이다. 너무 괴이쩍어 서귀포시지명유래집에서 인용한 원전을 보았더니 "이 오름 주변에 여러 언덕들이 겹겹으로 연결돼 있는 모습이 '더데'와 같다는 뜻에서 붙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돼 있는 게 아닌가. 이 오름 주변 언덕들이 어떻길래 더뎅이 같다는 것인지, 그게 지명에 반영될 만큼 특별히 두드러졌다는 것인지 그 이상의 설명은 찾을 수 없다.



‘더데’, 두덩 두둑과 같은 기원

'더데'란 북방 고대어 '디듀'와 공통 조상어에서 분화한 말이다. '높은 곳'을 지시하며 퉁구스어 기원이다. 이 말은 퉁구스어권의 여러 언어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에벤키어에서 '지디' 혹은 '디디', 올차어, 오로크어, 오로첸어 등에서도 매우 유사하게 발음한다. 일본어 고어 '투투미', 현대 일본어에서는 한자로 '제(堤)'라 쓰고 '츠츠미(つつみ)'로 발음한다. 둑을 지시한다.

우보악, 인근의 더데오름에 비해 높다. 남쪽에서 촬영. 사진 김찬수

국어에서는 두덩, 두둑에 대응할 것이다. 두덩은 가장자리가 약간 두두룩한 곳, 둔덕은 가운데가 솟아서 불룩하게 언덕이 진 곳을 말한다. '더데'란 말은 우리 고어에서 검색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제주어가 육지와 달랐기 때문이거나 육지부에서도 사용했다 하더라도 훈민정음 이전에만 사용했었다면 그럴 수 있다. 제주도 지명에서는 꽤 많이 나타난다. 예를 들면 표선리에 던더리못이 있었는데, 한자로는 가가지(加加池)로 표기한다. 다소 높은 곳에 있는 못이란 뜻이다. 신흥1리에는 던덕ᄆᆞ루가 있다. 가덕지(加德旨)라 표기한다. 높은 ᄆᆞ루의 뜻이다. 더데오름이란 언덕이라 하기엔 높은 오름이라는 뜻이다. 발음이 같다고 뜻도 같을 거란 막연한 추측은 이처럼 엉뚱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십상이다.

우보악, 서귀포호텔이 오른쪽에 보인다. 북쪽인 마보기오름에서 촬영. 사진 김찬수



우보악, 보다 높은 오름

우보악은 서귀포시 색달동에 있는 표고 301.4m, 자체높이 96m의 오름이다. 이 오름을 지역에서는 우보름이라고도 한다. 네이버지도에 우보악, 카카오맵에 우보악(우보오름)으로 표기했다. 17세기말 탐라도에 우부로악(牛夫老岳)이라고 한 이래 한글 표기 우보오름을 비롯해서 우보악(牛步岳), 우복악(牛伏岳), 우부로악(牛夫老岳), 우부악(牛俯岳), 우부악(牛夫岳) 등 6개의 표기가 검색된다.

이 지명들은 모두 '우ㅂ-' 발음을 갖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것은 고유어를 한자로 표기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가장 이른 시기의 표기는 우부로악(牛夫老岳)이다. 이 표기는 '우부+로+악'의 구조다. '우보름'으로도 발음하거나 표기했다는 기록으로 볼 때 이보다 고형은 '우볼(우브올)' 혹은 '우보르(우브오르)'였을 것이다. 오름이란 고대어 '올 혹은 오르'에서 기원한 말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물장올의 '올', 테역장오리의 '오리', 절우리의 '우리' 같은 지명에서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부+로+악'은 '우ㅂ+르'에 '악'이 덧붙은 말이다. 이 말은 현실적으로 '우보르'라 했을 것이고, '르'를 표기하기 위해 '로(老)'를 차용한 것이다.

이 지명들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우ㅂ-'는 무슨 말일까? 이 말은 '보다 높은' 혹은 '보다 높은 위치에'의 뜻을 갖는 고대어다. 알타이어권의 원시어 '외그' 혹은 '외으'에서 분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말은 지난 회에서 설명한 넉시오름의 '넉-'이라는 발음에서 어두음 'n'이 생략된 형태일 것으로 보는 언어학자들도 있다. 이 말은 특히 퉁구스어권에서 '어기', '우비', '위' 등으로 분화했다. 한국어에서는 '우'가 대응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어 고어에서는 '표(表)'를 '우하(ウハ)' 또는 '우베(ウベ)', '상(上)'을 'ウヘ(우헤)'이라고 발음한다. 현대 일본어에서 '표(表)'의 훈독은 '우에(ウエ)', '상(上)'의 훈독 역시 '우에(ウエ)'로 같다. 우보오름의 '우보'란 퉁구스어권의 '우비', 일본어 고어의 '우베'와 비교된다. 그러므로 이 말은 퉁구스어가 제주어에 직접 영향을 미쳤거나 한반도에서는 훈민정음 이전에 이미 멸실됐을 가능성이 있다.

우보오름이란 소가 엎드렸거나 걸어가는 형국이 아니다. 인접한 더데오름에 비해 높은 오름 혹은 보다 높은 곳에 있는 오름이라는 뜻이다. 대비지명이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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