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시민들이 이날 오전 결정된 최저임금에 관한 의견을 묻는 스티커 설문에 참여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9천620원)보다 2.5% 인상된 9천860원으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한라일보] 내년 최저임금이 '1만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2.5% 인상된 시급 9860원으로 결정됐다. 역대 두번째로 낮은 인상률에 제주도내 노동계는 "실질임금이 삭감되고 소득불평등이 가속화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고, 중소기업계는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최저임금위원회는 19일 정부세총청사에서 15차 전원회의를 열어 밤샘 논의 끝에 내년 최저임금을 시급 986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 최저시급인 9620원보다 2.5%(240원) 인상된 금액이다. 월급(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206만740원으로, 올해(201만580원)보다 5만160원을 더 받게 되는 셈이다.
당초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들이 제시한 안은 올해보다 26.9%(2590원) 많은 1만2210원, 경영계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들이 제시한 안은 올해와 같은 9620원였다. 이후 11차례 수정안을 거쳐 노동자 측은 1만원, 사용자 측은 9860원을 각각 최종안으로 제시했다. 노사 자율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최저임금위는 이날 회의에서 이 최종안을 표결에 부쳤다. 그 결과 사용자 측 안이 17표, 노동자 측 안이 8표, 기권이 1표로 나와 사용자 측 안으로 최종 의결됐다.
최저임금위는 노동자·사용자·공익위원 각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노동자 측 한 위원이 고공 농성을 하다 구속돼 해촉되면서 이날 1명이 부족한 상태로 표결이 이뤄졌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2.5%)은 코로나19 발생 시기이던 2021년(1.5%)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낮았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과 전년 대배 인상률을 살펴보면 2019년 8350원(10.9%)→2020년 8590원(2.87%)→2021년 8720원(1.4%)→2022년 9160원(5.05%)→2023년 9620원(5.9%)이다.
내년에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65만∼334만7000명으로 추정된다. 전체 근로자 중에서 최저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되는 근로자 비율을 뜻하는 '최저임금 영향률'은 3.9∼15.4%다.
내년 최저임금 심의는 역대 최장 기간이던 2016년(108일) 기록을 넘어 110일 만에 이뤄졌다. 결정된 내년 최저임금안은 이의 제기 등 절차를 거친 후 고용노동부가 다음달 5일까지 확정하게 된다.
▶도내 각계 입장은=그동안 내년 최저임금 인상안을 두고 노동계는 물가 인상률에도 못 미쳐 실질임금이 삭감될 것이라며 반발해왔고, 경영계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한계 상황에 도달해 있다며 인상 최소화를 주장하며 맞서왔다.
이날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나자 도내 노동계와 중소기업계에서도 각각 입장을 내놨다.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올해 최저임금위는 '임금 동결'이라는 윤석열 정권의 입맛에 맞춰진 '답장너' 회의의 연속이었다"며 "그 결과 역대 최저 수준의 최저임금이 결정됐고, 하루하루 힘들게 일하며 생존을 이어가는 저임금 노동자와 모든 노동자의 인간답게 살 권리가 짓밝혔다"고 비판했다.
이어 "물가 상승과 예정된 공공요금 인상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실질임금 하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를 도외시한 결정으로 소득불평등이 더욱 가속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최악의 결과를 낸 최저임금위원회와 윤석열 정권을 규탄하며 투쟁을 통해 저임금, 사회불평등 문제를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제주지역본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운 경영상황에 대한 호소로 역대 두번째로 낮은 인상률을 이끌어 냈지만, 중소기업계가 절실히 원했던 동결 수준을 이루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쉬운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비록 최선의 결과는 아니지만 사용자위원들이 '2.5% 인상안'을 제시한 것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향후에는 업종별 구분 적용 시행과 결정기준에 기업의 지불능력을 반영하는 제도 개선이 조속히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