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보호 더는 미룰수없다] (8)해양보호구역이 생물자원을 잘 보호할 수 있을까?

[제주 바다보호 더는 미룰수없다] (8)해양보호구역이 생물자원을 잘 보호할 수 있을까?
'해양보호구역' 바다를 지키는, 어렵지만 가장 좋은 길
  • 입력 : 2023. 08.07(월)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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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양보호구역은 관리 해역 9600㎢ 중 0.43% 정도
현재 문섬·범섬·섶섬 일대 12곳의 해양생태보호구역
어획 금지하는 '해양보존구역'이 가장 효과적인 방안

[한라일보] 제주환경운동연합이 펴낸 '2022 제주도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위한 후보자 조사 보고서'의 배경 및 목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바다는 극심한 파괴와 오염에 노출돼 있다. 풍요로운 바다가 점점 그 활력을 잃고 황폐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개최된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아이치 타겟(Aichi Target)이라는 목표를 채택했다. 2020년까지 해안과 해양의 1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들이 달성하지 못했다. 현재 전 세계 해양보호구역의 면적은 7.91%에 불과하다. 제주도는 관리 해역 9600.59㎢ 중 겨우 0.43%로 판단된다." 한편 지난해 12월에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전 지구적 생물다양성 전략계획인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가 채택됐다. 2030년까지 해양의 3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훼손된 곳을 최소 30%까지 복구하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그만큼 국제사회는 해양이 심각한 위기에 놓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 제주 남쪽 바다에 쏠배감펭이 많아졌다. 제주도의 해양보호구역은 기후변화로 북상한 생물들의 기착지 역할도 한다, 강동완 제공



제주 바다에도 해양보호구역들이 있다.

이 연재의 전편은 이번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서론이었다. '오래 산 살찐 큰 암컷 물고기(이하 '보프')가 중요한지는 알겠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지?" 하는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눈치가 빠른 독자들은 이미 답을 짐작했으리라. 어쨌든 세계의 연안 국가들은 1970년대부터 바다에 보호구역 지정해 관리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만 하더라도 해양생태계보호구역(3곳), 천연보호구역(3곳), 해양도립공원 (5곳) 기타 1곳 등 모두 12개 해역에 각기 다른 목적으로 지정됐으며, 문섬·범섬·섶섬 해역 일대는 이들 구역이 서로 중첩돼 있다.

용어에 혼란이 있을 수 있으니 정리하고 가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보호구역을 "법적 혹은 다른 효율적인 수단으로 생태계 서비스와 문화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지연을 장기간 보전하기 위해 지정하는 관리하는 지리적으로 정확하게 구획된 공간"으로 정의한다. 그러므로 해양보호구역(Marine Protected Area: MPA)은 바다의 보호구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바다에는 다양한 종류의 보호구역들이 있는데 예를 들면 국립공원, 자연유산, 람사르 습지 등을 비롯한 위에서 언급한 제주도의 바다 보호구역 등 외에도 많다. 이를 통칭해 부를 때 '해양보호구역'이라고 하니, 이 용어를 일반명사로 보면 된다.

이들 보호구역도 관리 수준에 따라 여섯 단계로 나눈다. 이곳에서는 여섯 단계를 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가장 엄격하게 관리하는 구역을 영어로 'Marine Reserve'라 하고, 이를 '해양보존구역'이라 하자. 이 구역은 하나는 알아 두자. 왜냐하면 '금어' 즉, 어획을 금지해서 자원을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까닭이다. 지정에 어민들의 격렬한 반대가 있으며, 어느 나라도 별 예외가 없었다. 물론 과거 이야기들이다. 다른 다섯 단계의 보호구역은 우리나라의 경우 명칭이나 관리 수준의 차이보다는 관리 주체들의 정성과 애정에 따라 성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 지정만 해 놓고 관리하지 않는 경우를 '페이퍼 파크(paper park)'라 하는데 서류만 있는 공원 즉 무늬만 보호구역인 경우도 많다. 제주도에도 있을 것으로 본다.

해양보호구역은 멸종위기생물을 보호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해송은 각산호류에 속하는 산호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조은진 제공



'어획 금지' 해양보호구역이 가장 효과적

뉴질랜드는 1971년에 '해양보존구역 법 (Marine Reserves Act)'을 지정하고, 1975년에는 세계 최초로 해양보존구역 하나를 설립했다. 그리고 1981년 두 번째로 지정된 '푸어 나이트 섬(Poor Knight Islands)'은 해양보존구역의 모델로 잘 알려져 있는데 1997년에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난류의 영향을 받는 곳으로 제주도 남쪽 바다와 특성이 유사했다. 본래 어부였던 한 다이빙 보트 선장은 수심 50m까지 생물 분포도가 그려진 그림을 가지고 생물상을 설명한 뒤 어떠한 생물도 다치게 하거나, 서식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물속으로 들어가자 농어목 황줄깜정잇과에 속하는 '블루 마오마오(Blue Maomao)'가 큰 떼를 지어 다이버들을 반겼다. 당시로서는 매우 놀라운 경험이었다. 이곳 어민들도 과학자들과 극한 대립을 했지만, 주변 바다에서 수산자원을 지속해서 어획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보호지역 지정에 결국 동의했다고 했다.

에디 타일러 등이 2016년에 한 연구에서 "1940년대 후반에 미국의 랍스터들은 대부분 수심 5m에서 25m 깊이의 암반 지역에서 어획됐지만, 1970년대 후반에는 50m 깊이까지 들어가야 했다. 이러한 깊이 변화에도 오늘날 평균 크기는 1940년대보다 작다"라고 했다. 그들은 해양보존구역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안으로 보고 있었다. 어떻게? 랍스터의 큰 성체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해역이 있다면 그 수가 늘어나 인근 해역으로 넘쳐 나가고, 유생들도 퍼져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보프'도 그럴 것이 확실하다.

제종길

바다를 지키는 일이 자연을 지키는 첩경

영국의 자연 다큐멘터리 기획자로 기사 작위까지 받은 데이비드 아텐보로 경(Sir David Attenborough)은 "세계의 모든 생태계는 건강한 바다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지구에서 그 부분의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 행성의 모든 생명체가 고통을 겪을 것이다"라고 한 말을 바다에 의존하고 사는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잘 관리된 해양보호구역은 기후변화에도 잘 버티고, 예상치 못하는 사고에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탄력을 가진다.

제종길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수석위원·제주바다포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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