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칠성대 추정 유적이 발굴된 제주시 이도1동 공영주차장. 유적의 존재가 알려지기 전인 2011년에 제주시에서 세운 '천추성 북두칠성 제일도'란 이름의 칠성대 표석이 보인다. 이상국기자
[한라일보]제주시 원도심에서 탐라 시기 칠성대로 추정되는 유적이 발굴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문화계 일각에서는 일제가 훼철하기 전인 1920년대 중반까지 제주시 도심에 자리했던 칠성대에 대한 추가 조사와 복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15일 제주지역 고고학계 등에 따르면 칠성대 유적은 지난 2018년 이도1동 1491-1번지 일원 제주시의 중앙로상점가 주차장 복층화 사업 부지 발굴 조사를 통해 땅 위로 드러났다. 772.14㎡ 규모 부지에서 칠성대 추정 원형 유구, 제단석, 제실로 여겨지는 팔각형 유구, 다량의 동물뼈 등이 출토된 것이다. 당시 이들 유적은 전문가 검토 회의에서 "제주에서 흔치 않은 삼국시대 주거 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복토 등 보존 조치 후 공영주차장이 지어졌다.
칠성대로 추정되는 관련 유구 발굴 현장.
하지만 그곳에 과거 칠성대의 흔적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세밀한 조사와 함께 복원을 위한 제반 절차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탐라의 천문, 역사, 문화, 신앙 등을 알 수 있는 핵심 유적으로 종합적, 단계적 학술 연구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앞서 유적 발굴 이전인 2011년에는 제주시에서 김석익의 '탐라기년'을 토대로 그 위치를 추정해 지금의 공영주차장 입구에 '천추성 북두칠성 제일도'라는 칠성대 표석을 세웠다.
칠성도(대)는 탐라 시대 탐라도성 내 일곱 곳에 북두칠성 형태로 세운 축대를 말한다. 이에 대한 기록은 1530년 신증동국여지승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여기에는 "삼성(三姓)이 처음 나왔을 때 북두칠성을 모방해 삼도(일도, 이도, 삼도)를 나누어 차지하고 북두성 모양으로 대를 쌓고 분거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칠성대는 이를 포함 20여 종의 문헌과 고지도 등에 그 모습이 보이는데 가장 최근의 자료는 1926년 5월 11일 자 '매일신보' 등이 있다. 순종 승하 시 칠성단에 제주사람들이 운집해 봉도식을 치렀다는 기사와 사진으로 이를 통해 칠성대가 나라에 중요한 일이나 큰 행사 때 의식을 집행하던 장소임을 짐작하게 된다. 현재 진행 중인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의 '탐라' 특별전에도 이런 내용을 알리며 칠성대를 탐라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 중 하나로 꼽았다.
칠성대를 다룬 '일곱 개의 별과 달을 품은 탐라왕국'의 저자인 강문규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은 "이번에 첫 번째 칠성대로 추정되는 유적이 발굴된 만큼 '탐라문화권사업'을 역사문화공약으로 내건 도정에서는 해당 유적에 대한 공인 절차와 더불어 나머지 6개 칠성대의 정확한 위치 추적과 종합적 발굴 복원 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면서 "특히 유적지에 포함된 인근 사유지가 건축으로 인한 파괴 우려가 높은 상황이어서 부지를 매입하는 등 이 일대를 시민과 관광객의 휴식처이자 원도심 명소로 조성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제주시가 이도1동 공영주차장 입구에 세운 '천추성 북두칠성 제일도'. 이상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