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영국의 고전학파 경제학자 멜서스는 인구론에서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므로 자연 상태에서는 과잉인구로 인한 기근, 빈곤, 악덕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논리는 우리나라의 1960~80년대 강력한 산아 제한 정책의 근거가 됐다. 하지만 오늘날 인구경제학에서는 사람이 소비의 주체이면서 생산 주체이므로 인구가 증가할수록 경제가 발전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는다. 이 논리에 따르면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노동력이 감소하고 소비활동이 위축되며 생산연령인구인 젊은 세대와 정부의 부담이 늘어나게 돼 결국 성장잠재력이 저하된다.
우리나라 통계청의 인구 추계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가 2019년을 정점으로 해 2020년대 이후 빠르게 감소함에 따라, 생산연령 인구 비중은 2020년 72.1%에서 2050년 51.1%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개발연구원은 현재 수준의 출산율과 고령화 추세가 이어진다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20년대 2%, 2030년대 1%, 2050년에는 0.5% 내외로 지속적 하락 추세를 보인다고 발표했다. 더구나 고령화는 건강보험의 진료비와 국민연금 지급액 등 복지비의 과다 지출을 수반한다.
그런데 인구 감소가 곧 경제의 침체로 이어지는 것일까. 과학기술의 발전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생산성의 변화는 경제환경의 변화로 이어진다. 최근 생산 현장은 자동화의 진전으로 대규모 생산 인력보다 소규모 관리 인력을 필요로 한다. 또한 저출산 고령화를 포함한 인구 변동의 문제가 오로지 국가 경제로만 한정되는 문제일까. 인구 변동은 경제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회 문제이기도 하다. 인구 문제는 인권, 생명윤리, 생존권, 삶의 질 등 제반 인본주의적 사회 문제와 연관돼 있다. 베이비붐 세대 지속적인 인구 증가는 과도한 경쟁과 양극화 등 삶의 질 저하를 초래했다.
시대에 따라 인구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 0.78명은 위기의 징후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문제를 직시하는 전환의 징후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좁은 면적에 5000만명이 넘는 인구로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높은 국가 중의 하나이면서 지역 간 편차가 큰 국가이기도 하다. 젊은 세대의 극심한 취업난과 중년층의 은퇴 압박이 맞물린 국가이기도 하다. 또한 화이트칼라 직종과 블루칼라 직종, 정규직과 비정규직,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심각한 양극단이 존재하는 사회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구 문제의 해법을 출생률에서만 찾으려고 한다면 점점 저하되는 출생률 수치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경제적으로는 변화되는 환경에 대비한 인재의 양성, 인력 미스매칭의 개선, 양질의 일자리 공급 등이 선행되면서 중년 인구의 직업 재교육을 통한 생산연령인구의 폭을 확대해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저출생 사회의 현실을 인정하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안전하고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 바탕 위에서 출생률은 제고될 수 있다. <문만석 한국지역혁신연구원장·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