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 절대 안 돼요… 제대로 '훈육'해야" [가치육아]

"체벌 절대 안 돼요… 제대로 '훈육'해야" [가치육아]
[가치 육아 - 이럴 땐](23)
체벌로는 아이 가르칠 수 없어
속상함·수치심·불안감만 가중
안정적이고 따뜻한 훈육 중요
행동에는 정확히 한계 그어야
  • 입력 : 2023. 08.31(목) 15:33  수정 : 2023. 09. 01(금) 10:14
  •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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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옳고 그름을 느끼고 바른 행동을 찾아서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체벌이 아니라 제대로 된 훈육입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라일보] 최근 서울에서 발생한 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이 사건으로 교권 회복이 중요하게 떠오른 한편에선 때 아닌 '체벌 부활' 여론이 일었습니다. 체벌 금지가 교권 추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부터,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선 체벌이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거침없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체벌로는 아이들의 행동을 바꾸지 못한다고 말입니다.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것은 '제대로 된 훈육'이라고 강조합니다. 이는 가정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네. 훈육과 체벌의 차이는 이렇습니다. 우선 체벌을 받으면 그저 억울한 마음이 먼저 듭니다. 속상하고 화가 나고요. 온몸에 수치심, 불안감 같은 감정들이 파편처럼 박히기도 합니다.

이와 달리 훈육은 '그럴 수 있겠네', '내가 잘못했네', '미안하고 부끄럽네'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미안하다고 해야지', '다음에는 잘해야지'처럼 마음속 생각이 실제 말로 나오게도 하고요. 이러한 차이는 영유아기 아이들도 명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 행동 못 바꾸는 '체벌'

체벌을 받으며 자란 아이는 크게 두 모습으로 성장합니다. 하나는 부모 외에 형제, 또래, 타인 등과의 관계에서도 위축되고 완전히 얼어붙는 경우입니다. 당당히 뭔가를 말하기 어려워하고 숨어버리기도 합니다. 이와 반대로 강한 공격성을 표출하는 아이로 자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작은 일에도 욱하고 쉽게 버럭 하게 됩니다.

체벌로는 아이를 가르칠 수 없습니다. 큰아이가 동생을 때렸을 때, 부모가 "왜 때려!", "때리지 말라고 했지!"라고 큰소리로 야단을 친다면 아이는 그 순간 때리는 행동을 멈출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행동을 바꾸진 않을 겁니다. 설령 자신이 진짜 잘못했다고 해도 혼이 나서 화가 나고 위축될 뿐,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아이의 행동을 바꾸려면 아이의 감정을 읽어줘야 합니다. 안정적이고 따뜻한 훈육을 해야 합니다. 아이가 옳고 그름을 느끼고 바른 행동을 찾아서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체벌이 아니라 제대로 된 훈육입니다.

|훈육, 어떻게 해야 하나

훈육은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해로운 일, 자기 자신에게 해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아이의 감정을 그저 들어주라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아이니까 괜찮아' 하는 것은 훈육을 잘못 이해하는 것입니다. 부모가 지나치게 허용적일 경우 아이는 남 탓을 하고, 자기만 아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사회 안에서 어려움을 주는 존재가 되거나 스스로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다시 큰아이가 동생을 때린 상황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때 부모는 물어봐야 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 말입니다. 속상하고 화가 난다면 상황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그랬구나"라며 아이의 감정을 수용해줘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쳐선 안 됩니다. 감정은 수용하고 공감하면서 행동에는 한계를 그어주어야 합니다. "그래도 동생을 때리는 것은 안 돼"라고 반드시 얘기해야 합니다. 감정은 읽어주고 안 되는 행동에는 정확히 한계를 긋는 것이 '훈육'입니다. 훈육을 할 때 행동에 대해선 간략하게 핵심만 말하는 게 좋습니다.

체벌은 온몸에 수치심, 불안감 같은 감정을 파편처럼 박히게 할 만큼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아이 체벌했다면?… "진심으로 사과해야"

체벌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큽니다. 그런 만큼 절대로 해선 안 되는 일입니다. 만약 부모가 아이를 체벌(신체·정신적 학대)한 상황이라면 진심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이럴 때 바로 "미안해"라고 말하는 것은 같은 잘못을 반복하게 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기 전에 부모 스스로가 '내가 왜 그랬는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가족, 직장 내 관계 등에서 영향을 받은 일은 없는지 정리해 보고 알아차리는 게 우선입니다. 사과는 함부로 하는 게 아닌 만큼 이런 과정이 있어야 미안한 일을 또 만들지 않게 됩니다.

아이에게 사과할 때는 진심으로 해야 합니다. 아이가 분명히 잘못한 것에 대해 체벌을 했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내 아이가 다른 아이를 때린 게 화가 나서 체벌한 상황이라면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너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텐데 이유도 묻지 않고 너의 행동만 보고 엄마(*상황에 맞는 호칭)가 때린 거 미안해. 정말로 사과할게. 받아줄 수 있을까." 그리고 나서 지금이라도 다시 한 번 상황을 물어보고 감정을 읽어주면서, 친구를 때린 행동에는 한계를 그어 주면 됩니다. 상담=오명녀 센터장, 취재·정리=김지은기자

◇가치 육아 - 이럴 땐

한라일보의 '가치 육아'는 같이 묻고 함께 고민하며 '육아의 가치'를 더하는 코너입니다.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오명녀 센터장이 '육아 멘토'가 돼 제주도내 부모들의 고민과 마주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영유아 양육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고민이 있다면 한라일보 '가치 육아' 담당자 이메일(jieun@ihalla.com)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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