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탁의 백록담] 제주 화전, 기억하고 기록해야 한다

[백금탁의 백록담] 제주 화전, 기억하고 기록해야 한다
  • 입력 : 2023. 11.06(월) 00:00  수정 : 2023. 11. 06(월) 12:08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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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잊는다는 것은 곧 소멸을 의미한다. 그리고 잊혀가는 시간 속에 사람들의 기억은 왜곡될 수 있다. 때문에 올바른 제주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작업은 제주인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과도 일맥한다.

제주에는 4·3사건뿐만 아니라 잊지 말아야 할 근현대사의 역사적인 일들이 많다. 그 중 하나로, 조선 후기에서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재까지 이어지는 시간 속에 그동안 간과했던 것이 바로 '제주 화전'이다. 특히 4·3사건으로 인한 잃어버린 마을 대다수가 화전마을이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제주 역사의 한장면이다.

일찍이 제주 화전에 관심을 두고 연구 중인 진관훈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은 지난 10월 제주학연구센터에서 열린 '2023 제4회 제주학 주간 및 제7회 제주학대회' 초청 특강에서 '제주 화전마을의 화전문화'의 주제 발표를 통해 "제주 화전은 도민 정체성과 근현대사의 주요 골격"임을 강조했다. 그는 "화전마을은 4·3 당시 초토화 되는 '잃어버린 마을'(영남마을, 무동이왓, 천서동, 생물도 등)이라는 기억과 가기 싫은 곳으로 인식되면서 제주도민의 뇌리 속에 잊혀가고 있다"며 "하지만 화전은 부인할 수 없는 제주의 농업유산이며, 제주사회와 도민의 역사적 DNA"라고 했다.

본보는 올해 진관훈 박사와 외부 영상 전문가 등으로 탐사팀을 꾸려 제주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전에 대한 기획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매주 1회 이상 현장을 찾아 옛 화전마을의 모습을 비롯해 화전문화, 인근 목장지대의 목축산업과 관련한 내용 등을 파악하고 인근 주민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화전마을에서 살았던 어르신들의 기억은 70~80년이 흐른 지금도 어제일처럼 또렷하다. 탐사팀은 서귀포시 동광리 소재 무동이왓에 있던 몰방애를 본동 소공원에서 찾아냈다. 아랫돌 직경이 243㎝로 현재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에 있는 것(240㎝)보다 더 크고 잘 보존돼 문화재급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러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무동이왓 출신 홍춘호(1938년생) 할머니의 기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당시 무동이왓에 있었던 것을 마을 청년들이 이곳으로 옮겨왔고 정미소가 생기기 이전인 1960년대까지 주민들이 이용했다는 것이다. 마을 한편에 자리한 몰방애는 그 묵직함으로 오랜 시간을 버텨내며 역사를 증명하고 있다.

탐사과정에서 발견한 서귀포시 동홍동과 서홍동 경계인 연자골의 대규모 계단식밭도 그동안 역사적 조명을 받지 못했다. 이렇듯 제주 화전은 우리의 뇌리 속에서 서서히 희미해지며 사라지고 있다. 화전세와 연관한 강제검(1862년)·방성칠(1898년)·이재수의 난(1901년)은 제주 역사에서 큰 획을 긋는 사건들이었다. 이는 항일운동, 그리고 4·3사건으로 이어지는 제주 근현대사의 골격임에 틀림없다.

때문에 제주 화전민들의 생활상과 활약상을 비롯해 그들이 겪었던 아픈 역사는 우리가 기억하고 기록해 보전해야 할 소중한 유산이다. <백금탁 행정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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