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의 백록담] 서귀포 도심 두 소나무 숲의 엇갈린 앞날

[진선희의 백록담] 서귀포 도심 두 소나무 숲의 엇갈린 앞날
  • 입력 : 2023. 11.20(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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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그 길은 양쪽으로 차량 두 대가 간신히 오갈 수 있다. 사람들은 차들을 피해 좁은 인도를 걸어 다녀야 한다. 서귀북초등학교 옆 흙담솔로 일원으로 지난 9월 제주도의회 교육행정에 관한 질문에서 오랜 현안이 다시금 불거졌던 곳이다. 보행자가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도로 환경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어서다.

당시 강하영 도의원은 교육행정 질문 막바지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하지 않은 통학로”라며 대책을 주문했다. 김광수 교육감은 사전 질문 요지에 없던 내용이고 흙담솔 사연을 잘 알지 못했던 듯 통학로 확보 방안으로 학교 울타리에 있는 “소나무를 없애면 어떨까요”라고 답했다. 서홍동(옛 홍로) 지형의 허실을 막기 위해 1910년쯤 향장의 착상으로 심어져 마을을 수호한다고 여겨온 흙담솔을 베어 내자는 발언에 주민들이 반발했고 결국은 없던 일이 되었다. 이를 계기로 지난달 30일 제주도에서는 제주도교육청 등과 서귀북초 일대 안전한 등·하굣길 조성을 위한 안전협의체를 여는 등 머리를 맞대고 있다. 2002년 산림청의 ‘아름다운 마을 숲’에 뽑혔던 흙담솔은 현재 동홍동까지 합쳐 85그루에 달한다.

흙담솔처럼 커다란 빗돌이 세워져 있진 않지만 인근에 또 다른 솔숲이 있다. 서귀포학생문화원 주차장 옆에 있는 숲으로 높이 솟은 소나무 아래 기다란 의자와 운동 기구들이 놓인 도심의 휴식처다. 국유지에 자라고 있는 이 소나무들은 100그루가 넘는다. 서귀포학생문화원 측은 이들 수목이 옛 제주대 서귀포캠퍼스 시절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흙담솔과 달리 그곳의 소나무 대다수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개설 사업으로 잘려 나갈 처지다. 도시우회도로 사업 논란 속에 제주도는 예정대로 공사를 진행해 왔고 도교육청에서는 도의 제안에 따라 서귀포학생문화원의 삼매봉공원 이전에 대한 협의를 이어오고 있다.

지금 서귀포에서는 차량들의 빠른 이동을 돕겠다며 더 큰길을 내려는 한편에 도로 확장이 아닌 걷기 편한 길을 가꾸려는 사업이 추진 중이다. 제주도가 도시우회도로를 닦는 도심 한쪽에서 서귀포시는 '서귀포형 웰니스 거리'를 모색하고 있다. 원도심권 웰니스 거리는 사람 중심 교통문화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도로 다이어트, 탄소 저감, 문화 공간 조성, 청정 건강도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더해 서귀포시는 원도심 도보 코스도 바지런히 개발해 왔다. 서귀포시의 이런 작업들이 몇몇 지점의 선언적 이벤트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책의 일관성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달 19일 서귀포시를 상대로 한 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약 60년 전과 달리 1호 광장 남쪽을 넘어 서홍동 쪽으로 도시화된 상황에서 도시우회도로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질의가 있었다. 더욱이 공사 구간에 동홍초등학교 정문, 동홍 힐링천 산책로도 포함된다며 우려했다. 해당 질의의 요점은 제대로 된 도시우회도로를 건설해야 한다는 요구였으나 사람 중심의 도로에 관심이 몰리는 이 시대에 1965년 계획된 도시우회도로를 이대로 끌고 가는 게 타당한지는 새겨봐야 할 것이다. <진선희 제2사회부국장 겸 서귀포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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