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21세기 대한민국이 해결해야 할 큰 과제 중 하나가 양극화 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기형적인 수도권 집중 현상은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을 정도다.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과는 다르게 신용카드 전체 사용액 중 72%, 주요 기업 중 75%, 대한민국 인구 중 절반이 쏠려 있는 수도권은 거대 공룡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 여당은 김포 서울 편입을 꾀하면서 '서울 빨대'를 부추기고 있으니 한 마디로 난센스다. 중앙집중을 지양하기 위해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지 30년이 지나고 있지만 '무늬만 지방자치', '2할 자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성숙한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요소가 지역방송이다. 지역 공동체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인프라로서, 그리고 지방 권력을 감시하고 지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공론장으로서 지역방송의 위상과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역방송은 지역문화를 계승하고 지역 여론을 활성화해 주민들의 일상생활 깊숙이 영향을 끼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K-콘텐츠의 세계화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사이 지역방송은 존립 자체를 걱정할 정도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또 장기간 굳어진 사업·수익구조의 개편 없이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뉴미디어에 잠식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역방송의 위기는 가까운 미래의 현실이 되는 지방소멸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지역 언론이 사라지는 '뉴스 사막화' 현상이 확산하면 지역소멸과 함께 풀뿌리 민주주의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 등장으로 방송시청 시간과 광고 시간이 줄어들면서 지역방송사의 광고 매출은 지난 10년 새 반토막 났고 재정 압박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계속되는 재정 악화는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를 담아내는 양질의 콘텐츠 제작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초 화제를 모은 MBC의 경남 '어른 김장하' 같은 공익적 프로그램도 외부 지원 없이는 탄생할 수 없었던 다큐멘터리다.
지역방송 위기 상황에 대한 해법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열악한 경영 여건과 제작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지역방송사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보다는 법·제도적 환경개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별도의 광역 지자체별 방송발전위원회를 설치하거나 지역방송발전기금 등을 통해 콘텐츠 제작을 직접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본 의원이 준비 중인 '지역방송 활성화 지원 조례'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지역방송 정책 목표의 근간은 공익적 가치인 다양성과 지역성 구현에 있다. 지역사회를 살리는 가장 중요한 핵심 매체가 지역방송임을 직시한다면 지역방송을 둘러싼 규제 완화와 합리적이고 올바른 정책을 하루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양영식 제주자치도의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