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주의 문화광장] 미래의 제주 지역성을 만들자

[김연주의 문화광장] 미래의 제주 지역성을 만들자
  • 입력 : 2023. 12.05(화) 00:00  수정 : 2023. 12. 05(화) 09:41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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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문화예술재단 등의 지원 사업에 공모하면 때에 따라 지원자가 심사 받기 위해 발표를 해야 한다. 그런데 발표하고 나면 심사위원에게 기획이나 작품의 어떤 부분이 '제주적'인지를 종종 질문받는다. 그리고 다른 분야도 비슷하지만 문화·예술 사업과 정책을 만들거나 홍보할 때는 제주형 문화사업, 제주형 예술정책과 같이 제주형이라는 용어를 강조한다. 문화·예술 관련 한 도외 전문가에 따르면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 역시 이와 비슷한 경향을 보이지만 제주도만큼 강조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제주도가 유독 제주적, 제주형을 알게 모르게 예술가에게 강요해 온 셈이다.

제주도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작품이라면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작품에 제주의 무엇인가가 담기기 마련이다. 따라서 작품의 어떤 부분이 제주다운지를 질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비평가나 이론가는 제주다운 부분을 작품에서 찾아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제주적, 제주형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 편견에 갇히기 쉽다는 데 있다. 제주적이라는 것이 제주도의 자연이나 문화유산 등과 같은 의미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 한라산, 오름과 같은 자연, 해녀, 굿과 같은 문화유산, 신화, 4·3과 같은 역사를 제주다운 것으로 생각한다. 즉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을 소재로 삼은 작품을 제주다운 것으로 본다. 이러한 생각에는 허점이 있다. 단적으로 잘못 표현된 해녀 작품은 제주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작품이 제주만의 무엇인가를 담고 있다는 의미로 제주적인 것 즉 제주 지역성을 고민해 본다면 제주 지역성이 복잡하고 다양한 층위를 갖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위에서 언급한 자연, 문화유산, 역사 중 어떤 하나가 아니라, 이러한 요소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하면서 제주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또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앞으로의 제주가 만들어질 것이다. 따라서 항상 있는 자연만이 또는 예전에 형성된 문화만이 제주다운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 주변에서 새로 생겨나 만들어지고 있는 것 역시 제주다운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무엇인가가 미래에 남겨진다면 미래에는 이것을 제주적이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미래로 남겨질 제주적인 것은 과연 무엇이어야 할까?

제주도 예술가들은 현재 지구온난화, 자연환경 파괴, 기후 위기 등을 고민하며 이를 작품에 반영하고 있다. 어떻게 인간이 동식물을 넘어 사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는지 생각하며 작업한다. 이러한 작품이 미래의 관점에서 제주적이다. 제주도 전역에서 이러한 작품이 펼쳐지는 현상 자체도 제주적이다. 장애 예술의 경우도 제주도 내 모든 문화·예술 시설이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바뀌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예술 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면 이 또한 미래에는 제주다운 것이 된다. 따라서 이제는 무엇을 제주다운 것으로 만들어 나갈지를 함께 고민해 보자. <김연주 문화공간 양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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