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카메라 들고 서귀포 대포마을 구석구석 여행

필름카메라 들고 서귀포 대포마을 구석구석 여행
9일 이더라운드·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 '노지문화 필카 여행'
마을 안길에서 해안까지 느릿느릿 걸으며 이야기 듣고 맛보고
"중문단지 옆인데 관광 접목 기회 없어… 지속 가능 상품으로"
  • 입력 : 2023. 12.09(토) 22:25  수정 : 2023. 12. 12(화) 10:13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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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대포 해안에서 참가자들이 주최 측이 띄운 드론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진선희기자

[한라일보]노오란 감귤밭과 검은 돌담, 제주 바다, 한라산, 범섬, 미디어아트, 뿔소라…. 마을을 찾은 이들이 구석구석 걸으며 이 모든 것을 만났다. 9일 오후 1시부터 진행된 '대포마을 노지문화 필카 여행'을 통해서다.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가 여행 플랫폼인 이더라운드와 손을 잡고 기획한 이번 행사는 산책하듯 여행하며 대포마을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유료로 20명을 모집해 대포마을회관, 귤밭 길, 대포포구, 옛 전경초소, 도리빨(도릿발), 대포연대를 거쳐 다시 마을회관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이어갔다.

총 3.4㎞ 길이의 구간을 걷는 데 3시간이 더 걸렸다. 속도를 내기보다는 야트막한 담장의 마을 안길에서 해안까지 찬찬히 이동하며 그곳이 품은 사연에 관심을 갖도록 짜여졌기 때문이다. 5~6명씩 팀을 이룬 여행자들은 출발 전 하나씩 받은 재활용 가능한 필름카메라(필카)를 들고 눈길이 닿는 풍경마다 걸음을 멈춘 채 그 순간을 담았다. 걷는 동안엔 아날로그 감성에 어울리는 1980년대 가요가 휴대전화 플레이리스트로 제공됐다. 누군가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을 켜자 여기저기서 흥얼거리며 따라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유휴 시설에서 문화 공간으로 변신한 옛 전경초소에서는 '2023 기후예술 프로젝트'로 양숙현 작가의 미디어아트 전시가 펼쳐졌다. 스노클링 명소가 된 도리빨에서는 마을 삼춘들이 들려주는 말을 들으며 대포 앞바다에서 건져 올린 뿔소라 구이를 맛봤다.

참가자들이 노오란 감귤밭과 검은 돌담이 어울린 마을 안길을 걷고 있다.

옛 전경초소 부근에서 필름카메라로 추억을 남기고 있는 참가자들.

유휴 시설에서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옛 전경초소에서 미디어아트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서귀포시 동지역에 거주하는 박보미씨는 "제주에 살고 있지만 대포마을을 걸어본 적이 없었다"며 "걸으면서 마을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서 더 좋았다"고 했다. 제주에서 한 달 살이 중이라는 서혜린씨는 "이색적인 체험을 하고 싶어서 아는 언니 추천으로 참여하게 됐다"며 "주민들의 친근한 설명 속에 마을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는 내년부터 대포마을을 시작으로 노지문화 여행 상품을 본격 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인구 감소 추세 속에 생태문화 기반의 마을 고유 스토리를 통해 방문자를 유입하고 체류 기회를 늘리려는 취지다.

대포마을은 2021년 문화도시 거점 마을로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와 협약을 체결해 노지문화 전시회 등을 이어 왔다. 같은 해 거점 마을로 선정된 성읍민속마을에서도 노지문화 여행을 추진하고 있다.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 측은 노지문화 여행을 차츰 주민 주도로 확대하며 마을에서 수익을 내도록 이끌고 싶다고 했다.

대포연대에서 마을회관으로 가는 길에 오솔길을 걷고 있다.

대포마을회관 팽나무 앞에서 임영찬 마을회장이 마을에 얽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날 마을회관 앞 팽나무, 대포연대 등에 대한 해설을 맡은 임영찬 대포마을회장은 "중문관광단지 옆에 있는 마을이면서도 관광과 접목할 기회가 없었다"며 "앞으로 노지문화 여행이 지속 가능한 상품으로 개발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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