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48)외로움은 광부의 삽처럼 번들거리네-강동완

[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48)외로움은 광부의 삽처럼 번들거리네-강동완
  • 입력 : 2023. 12.26(화)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외로움은 광부의 삽처럼 번들거리네-강동완




외로움은 광부의 삽처럼 번들거리네

어두운 추억들은 검은 석탄들처럼 힘없이 부서져 내리네

광부의 심장 속에서 뿜어져 나온 따뜻한 피가 단단한 암석 틈에서 흘러나오네

땅속에 숨어 있던 죽은 바람들이 광부의 뜨거운 목을 서늘하게 했네

석탄 가루가 날리면 광부들은 코를 손으로 막고 킁킁거리고

자꾸 눈을 깜박거리고 가볍게 날리는 것은 모두 아픈 것이었네

광부의 시커먼 눈 속에서 잎사귀 가득한 나무들이 자라났네

강물의 냄새를 가진 꽃들이 피어났고 그 어두운 공간은

거대한 숲으로 변했지 광부들은 그 서늘한 그늘 속에서

모든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기도 했네



*「외로움은 광부의 삽처럼 번들거리네」 부분

삽화=써머



이 시 부분은 「외로움은 광부의 삽처럼 번들거리네」의 첫째 연에 해당하고, 사실적이면서도 추상적이며, 규명되지 않은 광부의 아름다움을 불러일으키게끔 해준다. 삽처럼 번들거리는 '외로움'이나, 검은 석탄처럼 힘없이 부서져 내리는 '추억' 등이 광부의 고된 노동을 총총하게 그리지만, 특이하게 그 안에서 이미 부정은 긍정의 의사를 받아놓고 있다. 너무 이르다 싶을 정도로 어둠은 어둠이 아닌 것으로, 외로움은 외로움이 아닌 무엇으로 변화한다. 여섯째 행까지의 광부의 서늘하고 피 흘리는 노동은 나머지 네 행에 의해 위로를 받을 수 있다. 하여간 별다른 시적 촉발 없이 탄광 지하 갱내에 있는 광부의 눈엔 어느새 꽃들이 피고, 잎사귀 푸른 숲이 들어선다. 이렇게 사건이나 사유의 전개 관계가 생략된 예는 그만큼 시인의 지향하는 바가 확실하다는 의미이고, 한편으론 이것과 저것 두 가지로 굳어져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시는 메마르지도 화사하지도 않은 디딤새로 조화와 화합을 꾀하며 가고 있다. <시인>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1529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