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개인의 정체성과 그가 즐겨 사용하는 단어는 무관하지 않다. 어쩌면 우리의 정서와 사유 체계는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책을 건네며' 중)
'언어의 온도', '말의 품격'의 저자 이기주 작가가 신작 산문집 '보편의 단어'(말글터 펴냄)를 들고 다시 독자들을 찾아왔다.
그동안 섬세한 시선으로 일상에 숨겨진 삶의 본질을 길어 올린 작가는 이번엔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평범한 단어들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일상, 평범, 아픔, 친구, 위로, 상처, 질투, 안부, 소유, 최선, 희망, 죽음 등 평범한 단어들을 글감 삼아 삶에 관한 탐색을 시도한다.
책은 크게 6장으로 구성됐다. 작가는 '일상-불행의 반대', '평범-남들처럼 살고 싶다는 욕망', '불안-우린 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지탱-익숙한 것의 소중함', '친구-무조건 인맥을 넓히며 살 필요는 없기에', '염려-사랑의 동의어', '질투-남들 앞에선 안 그런 척하지만', '편견-늘 형편없이 빗나가는 짐작', '조언-잘 모르면서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 '소유-시작은 있지만 끝이 없는 여행', '최선-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기에' 등 61개 단어에 스며 있는 다양한 함의와 질문을 끄집어내 섬세하고 유려한 문장으로 펼쳐놓는다.
"무의미한 단어는 없다"는 작가의 말처럼 삶이 흔들리는 순간 보편의 단어들이 우리의 마음을 지탱해줄 지 모른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에 새겨 넣는 소박한 단어나 문장이 있기 마련이다.…어쩌면 우린 그런 보편적이면서도 동시에 특별한 언어 덕분에 사랑하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재확인하고, 나아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새삼 깨닫는 것인지도 모른다."(본문 중)
책을 건네며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말의 일부를 옮긴다. "예컨대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결에 사용하는 보편의 단어야말로 삶을 떠받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지 모른다. 이 책을 덮는 순간 당신이 즐겨 쓰거나 당신을 살아가게 하는 단어들, 그리고 그 안에 깃든 삶의 풍경을 찬찬히 돌아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판사는 "작가가 행간에 심어놓은 묵직한 질문을 이정표 삼아 책 속의 길을 산책하다 보면, 각자의 삶을 떠받치는 단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안에 깃든 삶의 풍경이 어떠한지를 새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