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병원에서 의료진으로 일하는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도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사직 행렬에 동참했다. 의료 현장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실제 병원을 떠나는 사태로 이어질까봐 조마조마하고 있다.
26일 제주대학교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틀간 제주대 의대 교수 10여명이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냈다. 사직서를 제출한 의대 교수들은 대다수 제주대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에 따르면 제주대 의대 교수 153명 중 제주대학교 총장 또는 교육부로부터 겸직 허가를 받아 병원에서 수술 등 진료 업무를 담당하는 교수는 총 130명(전임교원 84명, 기금 교수 46명)이다.
사직 행렬에 동참하는 교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제주대 의대 교수들은 의대 정원 증원에 대응하기 위한 협의체(이하 제주의대 교수협)를 꾸린 상태로, 이 협의체에는 80여명이 가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전국 의대 교수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발표해 "교수직을 던지고 맡은 환자 진료를 마친 후 수련병원과 소속 대학을 떠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비대위에는 제주의대 교수협도 참여하고 있다.
강기수 제주의대 교수협회장은 "사직서를 낸 교수 대다수가 제주대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이라며 "다만 사직서가 수리될 때까지 환자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의대 정원 확대 반발에 따른 사직서 제출과 별개로) 의료진 피로도가 누적되다보니 육체·정신적으로 힘들어 스스로 관두는 일은 발생할 수 있다"며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은 한달에 열번씩 당직을 서고 있다. 당장 내일 그만둔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대학 측이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을 경우 대응 방침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엔 "아직 논의해 본 적이 없다"며 "교수들 의견을 들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민법상 사직서를 제출한 날로부터 한 달이 지나면 수리 여부와 상관 없이 근로 계약이 종료된다. 또 전공의 집단 행동 직전, 정부가 각 수련병원에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렸던 것과 달리 이날까지 제주대학교에는 해당 명령이 발동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직서 제출이 아직 의료 현장 이탈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제주대병원 외래 진료는 더욱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교수들이 한계에 직면하자 주 52시간 근무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공의 집단 이탈 후 교수 등 전문의가 당직과 중환자실 관리, 응급실 근무를 메우면서 이들의 근무 시간은 주 100시간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의료진들이 52시간 근무에 나서면 가뜩이나 줄어든 외래 진료는 더욱 축소될 수 밖에 없다.
강 교수는 "일부 교수는 주 52시간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하기 위해 이미 진료 일정을 조정한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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