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총선 제주 현안은?] (8)원정 진료

[4·10총선 제주 현안은?] (8)원정 진료
한 해 의료비 유출만 1000억원 이상
  • 입력 : 2024. 03.27(수) 00:00  수정 : 2024. 03. 27(수) 17:38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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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14만2048명.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14만명이 넘는 제주도민이 다른 지역으로 원정 진료를 떠났다. 원정 진료로 인한 의료비 유출도 연간 1000억~18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는 눈에 보이는 통계 수치일 뿐 실제 원정 진료에 소요되는 비용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섬 지역 특성상 다른 지역에서 진료받으려면 비행기나 배를 타야 하고 진료 시간을 맞추려 숙박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3차병원 상급종합병원 없어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못갖춰

의료계는 이처럼 도민들이 큰 경제적 부담을 지면서까지 원정 진료에 나서야 했던 원인으로 상급종합병원 부재를 꼽는다. 상급종합병원은 이식 수술 등 난이도가 높은 의료 행위를 전문적으로 하는 3차 의료기관을 말한다. 상급종합병원이 되기 위해선 중증환자 진료 비율이 30%를 넘어야 하고 내과, 외과 등 총 20개 진료 과목을 갖춰야 한다.

지역 완결형 의료 전달 체계는 1차 병원(30병상 미만의 의원급 병원)-2차 병원(500병상 미만의 전문·종합·요양병원)-3차 병원(500병상 이상의 대형병원)이 서로 유기적으로 제 역할을 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그러나 제주에는 1·2차 병원만 있고 3차인 상급종합병원이 없어 지역 내에서 모든 의료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전국 17개 시도 중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곳은 제주와 세종시 뿐이다.

상급종합병원 설립 논의는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대선 후보 당시 제주 공약으로 채택하며 본격화했다. 이어 이듬해 도내 유일 국립대학병원인 제주대병원이 도내 처음으로 상급종합병원 지정 신청서를 제출하며 첫 발을 내딛었다. 결과는 실패였다. 제주대병원은 제5기(2024∼2026년) 상급종합병원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정 실패는 일찌감치 예견됐다. 정부가 애초부터 제주를 서울권 의료권역으로 묶으면서 지방에 소재한 제주대병원은 서울대학교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최정상급 대형병원들과 지정 경쟁을 펼쳐야 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이런 문제를 인식해 제6기(2027~2029년)에는 도내 의료기관이 상급종합병원에 지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지정하겠다는 약속만 있을 뿐 구체적인 지정 전략을 밝힌 후보는 없다.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해선 제주가 서울 권역에 포함된 의료 권역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제주를 서울 권역에서 분리하려면 의료법을 개정하거나 보건복지부 고시인 '진료권역별 상급종합병원의 소요병상 수'를 손질해야 한다.

이미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제주시을)과 위성곤 의원(서귀포시)이 제주 권역 분리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국회에 묶여 있을 뿐더러 21대 임기도 두 달밖에 남지 않아 자동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정부를 설득하는 것이다. 진료 권역을 정한 복지부 고시는 행정규칙으로 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정부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총선 후보들이 남는 선거 기간 어떤 설득 논리 발굴하고 제시할지에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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