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에 맡긴 제주 공공사업들 잇단 파행

민간에 맡긴 제주 공공사업들 잇단 파행
횡령 의혹에 운영 중단 말조련센터 새 공모 절차 보류
헌옷 수거 대행사업도 경찰 수사 더해 법정 분쟁 비화
  • 입력 : 2024. 04.03(수) 17:54  수정 : 2024. 04. 04(목) 21:45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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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조련 거점센터 조감도.

[한라일보] 민간에 맡긴 제주지역 공공사업들이 잇따라 경찰 수사와 법정 분쟁에 휘말리며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제주도축산진흥원(이하 진흥원)은 변호사 자문 결과에 따라 말조련거점센터(이하 센터) 신규 공모 절차를 당분간 보류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센터는 승마용 말을 육성하는 기관으로, 올해 3월부터 운영을 중단했다. 최근까지 센터 운영을 맡았던 A협동조합 대표가 횡령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으며 진흥원과 맺은 위·수탁 계약이 올해 2월말 해지됐기 때문이다.

진흥원은 그동안 말 조련 경험이 있는 민간단체를 위탁사로 선정해 센터를 운영했다. 위탁사는 진흥원이 지급한 보조금과 사육농가가 승용마 육성 대가로 지급한 '조련비'로 센터 살림을 꾸렸다.

진흥원은 지난해 센터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A조합 대표가 인건비 용도로만 쓸 수 있는 보조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정황을 확인하고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현재 A조합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해 위탁금 사용 용도를 조사하고 있다.

진흥원이 지금껏 새로운 위탁업체 선정에 나서지 못한 이유는 소송 때문이다. 지난해 공모에서 탈락한 B협회는 진흥원을 상대로 '우리가 위탁업체로 선정됐어야 한다'는 취지의 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해 현재 법원 심리가 이뤄지고 있다. B협회는 지난해 공모에서 애초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평가에 대한 공정성 시비로 보름 만에 점수가 조정되며 A조합에 밀렸다.

진흥원 관계자는 "자문 변호사들은 새 위탁업체를 현 시점에서 선정했다가 나중에 B협회와의 소송에서 지면 위탁업체가 2곳이 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며 새 공모 절차에 나서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을 제시했다"며 "이런 이유로 적어도 6월까지는 새 공모 절차에 나설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시의 강제 철거 명령에도 불구하고 클린하우스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의류수거함. 이 수거함에는 오히려 강제 철거시 고발 조치한다는 경고 스티커가 붙어 있다. 한라일보 자료사진

제주시의 의류수거함 민간대행사업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사업 내용과 목적은 전혀 다르지만 경찰 수사와 법정 분쟁 등 센터가 겪는 문제와 닮아 있다.

현재 제주시 일부 지역에서 서로 다른 폐기물 수집·운반 업체가 같은 클린하우스 내에 따로따로 의류함을 설치해 헌옷을 수거하고 있다. 헌옷 수거 사업 공모에 탈락한 기존 2개 업체가 선정 결과에 불복하면서 벌어진 일로 애꿎은 업체만 피해를 수개월째 입고 있다.

최근 2년간 연동과 외도동·한림읍 일대에서 헌옷을 수거한 C업체와 D업체는 지난해 말 신규 공모에서 탈락하자 "부당하다"며 자신들 소유 수거함 수백 개를 그대로 클린하우스 곳곳에 남겨두고 헌옷을 수거하고 있다.

그 사이 신규 대행사가 올해 1월 C·D업체가 버티고 있는 클린하우스 자리에 새 수거함을 설치하며 '불편한 동거'가 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피해는 신규 업체가 떠안았다. 시민들은 누가 설치했건 상관없이 아무 수거함이나 골라 헌옷을 집어넣기 때문에 신규 업체 수익은 감소할 수 밖에 없다. 헌옷 1㎏를 팔 때마다 통상 300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시는 기존업체들이 수거함 강제 철거를 방해하고, 우여곡절 끝에 철거한다해도 다시 수거함을 갖다 놓았다며 최근 경찰에 공무집행방해혐의로 고발했다.

이번 논란도 소송으로 비화했다. 기존업체들은 당시 공모 결과를 무효로 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최근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 관계자는 "기존업체 쪽이 변호사를 통해 당시 공모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취지의 가처분도 제기하겠다는 의사를 알려왔다"며 "대응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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