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다혜의 편집국 25시] 저출산 시대의 행복법

[강다혜의 편집국 25시] 저출산 시대의 행복법
  • 입력 : 2024. 04.04(목) 00:00
  •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저출산 극복'이 희대의 숙제로 떠오르면서 대부분의 정책들 역시 결혼과 출산 가능성이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출산 의사를 갖게끔 안간힘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정책의 주요 대상층으로서 삶의 시계를 살펴보자. 대학과 취업 관문을 뚫고 직장에서 간신히 자리를 잡고 나면 30대 초·중반이다. 이때부터 최대 안정적인 임신 시기는 대략 4~5년.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모자란 급여를 받고 있지만 경력을 쌓아 나가는 기쁨도 소소하고, 머릿속엔 오늘 할 일과 먼 미래에 무얼 할까에 대한 생각뿐이다. 가임기 시계로 치자면 운명의 시간이 지나는 사이 이런 고민만을 하는 청년을 두고 출산이라는 희대의 숙제를 저버린 이기적인 젊은이라 일컫는 이들도 있겠다만, 이런 상황에서 사회의 안정과 국가의 통계와 인류의 영속을 위해 아이를 낳으면 이타적인 것인가? 아무리 협박을 해보아도 결혼과 출산이 가능함과 동시에 눈앞의 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30대 여성의 가슴엔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조금 더 멀리 생각해 보자. 지금 임신해 아이를 낳는다면 그 아이가 자립을 하기까지 대략 30년이 걸릴 테고, 그 30년은 지난 세기의 300년과 같을 텐데. 뛰어난 과학과 의학 기술로 80대 노인이 AI와 함께 현재의 30대가 할 일을 해내고 있을 텐데.

이제 결론이 나온다. 저출산은 극복해야 할 사회적 문제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이 사회에 현명하게 적응해 내린 결론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지금 모자란 건 생산 가능 인구가 아니라 양질의 것을 생산할 수 있는 일자리다. 미래의 생산 가능 인구 부족이 아니라 현재의 행복 부족을 고민해야 할 때다. <강다혜 교육문화체육부 기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6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