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선의 하루를 시작하며] 아침, 나의 인사로 누군가 따뜻하다면, 그거면 되었다

[오지선의 하루를 시작하며] 아침, 나의 인사로 누군가 따뜻하다면, 그거면 되었다
  • 입력 : 2024. 05.01(수) 00:00  수정 : 2024. 05. 02(목) 08:59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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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아침이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등교하는 아이들을 마중 나간다. 아침마다 학교 오기 싫다고 우는 아이, 친구들 때문에 힘들다며 밤새 울다 자해했다는 아이, 어제 지각했던 아이, 오늘은 10분 일찍 오기로 했는데, 약속을 지킬까? 그리고, 전날 학부모님과 학생, 혹은 동료 때문에 속앓이 했던 선생님, 오늘 마음은 어떨까. 출근 시간보다 조금 일찍 학교에 나와서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그 시간만큼 아이들에게 시선을 돌린 아침이 참 보람차다.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기억을 거슬러 가보니, 한 아이가 떠올랐고, 그 때의 좋았던 기억이 지금의 행동으로 이어졌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몇 년 전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초등학생임에도 가장 역할을 해야 하는 한 아이가 있었다. 그때는 필자도 몸이 아파서 우울과 불안감으로 힘들었던 때다. 그 아이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밝은 에너지로 엉뚱한 생각을 늘어놓고, 갑자기 여자 친구가 생겼다며 꽃반지 나눠끼고 자랑하는가 하면, 마음이 힘들다며 이야기 들어달라고 와서는 한참을 이야기 늘어놓곤 했다. 어느 순간부터 이모처럼, 엄마처럼 필자를 따랐던 아이, 가끔 교육복지실에서 정신없이 업무 보고 있으면, 무심코 와서는 "선생님 보고 싶어서 왔어요. 그럼 갈께요." 하고 눈만 마주치고는 바로 가버리곤 했다. 졸업식 날마저 감동을 주고, 홀연히 떠난 그 아이. 생각해보니, 교육복지사가 학교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찾게 해줬던 경험이다. 아이의 상황에 필요한 지원을 위해 담임교사와 함께 어떻게 해야할지 방법을 고민했고, 가정방문의 시작, 지역 연계의 묘미를 알게 해주었다. 지금도 지역기관 실무자들과 함께 그 아이의 소식을 나누며 관계를 유지해 나가곤 한다.

만나는 아이들 중에는 경제적 결핍, 빈곤, 미숙한 부모 양육태도, 경험치 부족, 참어른의 부재 등 성장하며 마주하는 어려움에 처한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아이들이 다 힘들게 사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상황에서도 어떤 아이는 부정적인 사고와 상황의 연속으로 힘들게 지내는가 하면, 어떤 아이는 긍정의 힘으로 무엇이든 극복해내고, 힘들었던 일은 곧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되곤 한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아이가 가진 내면의 힘, 회복탄력성을 떠올렸다. 회복탄력성은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통해 삶에 대해 희망을 가지고 어려운 상황에서 극복하여 회복하는 힘을 의미한다.

아이들의 회복탄력성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 중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해본다. 아이의 상황에 공감하고, 존중하며 사랑받는 마음을 주고받는 관계,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을수록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내면의 힘이 발휘될 수 있다고 믿는다.

"좋은 하루!" 아침, 나의 인사로 누군가 따뜻하다면, 그거면 되었다. 눈마주침의 힘으로 아이들의 하루가, 더불어 나와 우리의 삶도 반짝반짝 빛이 나기를 바란다. <오지선 중문초등학교 교육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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