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정의 한라시론] 지역사회 돌봄, 우리를 위한 돌봄

[오윤정의 한라시론] 지역사회 돌봄, 우리를 위한 돌봄
  • 입력 : 2024. 05.02(목) 00:00  수정 : 2024. 05. 03(금) 09:01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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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최근 한국사회의 사회복지분야를 한 개의 키워드로 대표하자면 단연 "돌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누구나 돌봄 속에서 자라나서, 돌보며 살다가, 돌봄 속에 죽는다.

우리나라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차원에서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실태조사, 안부 확인, AI 스마트 기술 활용한 안심 주택사업 등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사연(사고)들은 왜 줄어들지 않는가? 일본의 유명한 종교학자 시마다히로미는"인간관계가 희박해짐에 따라 바로 옆집에 사는 사람의 죽음조차 쉽게 발견하지 못하는 사회"를 무연사회(無緣社會)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국사회도 가족과의 단절, 1인가구의 증가 등 무연사회의 면면들이 나타나고 있고, 어쩌면 일본보다 더 급속하게 무연사회가 되어 가는 것 같아 두렵다.

최근 제주연구원 제주사회복지연구센터에서는"2024년 읍면동 맞춤형복지 컨설팅"1차 컨설팅으로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의 저자인 현직 경찰 부산 남포지구대 소속 권종호 경감을 강사로 초청하여 특강을 진행했다.

제주지역에서도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면서 도-행정시 복지 관련 공무원, 읍면동장, 읍면동 민간 복지위원 등 130여명이 참석하여, 복지 사각지대 발굴에 대한 제주지역의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강사가 강조한 것은 고독사는 이제 빈곤한 노인의 문제가 아니라, 돈이 있는 사람들도 가족관계의 단절로 1인가구로 살아가다가 갑자기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가 어렵게 되면 누구나 당면할 수 있는 문제이고, 연령대도 청년층까지 확장되었다. 강사가 전하는 부산지역 사례들은 다시 한번 우리사회의 돌봄의 필요성, 돌봄에 대한 인식 전환, 즉 지역사회의 새로운 가족 역할을 고민하게 한다.

돌봄은 단순한 도움이 아니다. 바로 나의 문제다. 언젠가 가장 돌봄이 필요한 사람은 바로 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주지역은 지역사회 돌봄을 위해 2023년 10월부터 '제주가치 통합돌봄'을 시작하였다. 도민 누구나 긴급상황에서 일상까지, 돌봄이 필요할 때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맞춤형 돌봄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정책이다. 2024년까지 3대 서비스(가사지원, 방문목욕, 식사지원+긴급돌봄)에 대한 시범사업기간이고, 2025년부터 8대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2024년 3월말 기준으로 도민 1,144명이 틈새돌봄과 긴급돌봄 서비스를 이용하였고, 도정은 '제주가치 통합돌봄'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 제공기관 추가 모집, 홍보 강화, 추경예산 편성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2025년 본격 사업 추진에 앞서 돌봄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봤으면 한다.

우리사회는 복지서비스에 대한 이용자의 권리가 높아지면서'맞춤형'으로 사회복지정책을 개발해야한다는 요구가 증가해왔다. 그런데 개인별 맞춤형으로 사회복지정책을 설계하다 보면 돌봄의 기본 가치인 우리, 상호의존, 관계는 희미해진다. 다시 우리, 상호의존적 복지가 갖는 의미를 되새겨볼 때다.

제주의 돌봄정책'제주가치 통합돌봄'이 성공적으로 안착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정책 모니터링을 통한 신 사회적 위험(가족단절, 정신건강, 고독사 등)을 예방할 수 있는 신규 사업의 개발, 중위소득기준 상향을 통한 정책 대상자 확대, 지역사회 인식 제고 및 홍보 강화 등 정책의 체감도를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제 도민 모두'제주가치 통합돌봄' 상담콜(1577-9110)을 기억하고,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없는지, 정작 스스로를 위한 돌봄은 괜찮은지 우리를 위한 돌봄이 필요한 때다.

돌봄은 무연사회를 지탱하는 마지막 보루이고, 새로운 가족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각자도생 사회에서 상호의존적 사회로의 전환을 상상해본다. <오윤정 제주연구원 제주사회복지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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