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수의 목요담론] 하귤(夏橘)가로수길을 만들자

[오경수의 목요담론] 하귤(夏橘)가로수길을 만들자
  • 입력 : 2024. 05.02(목) 00:0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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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5월이 되면 제주에는 봄의 전령인 유채꽃과 벚꽃이 지는 대신 달콤한 귤향기를 풍기는 귤꽃이 핀다. 특히 서귀포시 일주도로를 지나다 보면 드문드문 길가에 심어져 있는 하귤나무에서도 귤꽃이 피는 모습을 보게 된다.

하귤나무에는 야구공만큼 크고 노란 열매가 열리는데 보면 볼수록 예쁘고 탐스러워서 누구나 호감을 갖게 된다. 그래서 서귀포를 찾는 관광객들이 하귤나무를 배경으로 사진 찍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제주의 가을을 온통 노랗게 물들이는 노지감귤(온주밀감)을 겨울까지 다 수확하고 나면 이듬해 다시 감귤이 열리기까지 감귤 모습을 볼 수 없어 무척 아쉽다. 그런데 하귤은 겨울과 봄을 지나 여름까지도 열매가 달려 있어 가을이 아니어도 관광객들에게 감귤 고장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더군다나 하귤은 주로 집뜰이나 길가에 심어져 있어서 길을 오가는 관광객들의 눈에 쉽게 띄기도 한다. 그래서 서귀포를 찾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하귤(夏橘, 일본어 발음 : 나쯔미깡) 가로수가 무척이나 인상적이라고 말한다. 또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오렌지나무 가로수를 매력적으로 느껴 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이구동성으로 제주에서도 하귤나무를 관광자원으로 잘 활용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한다.

지금은 거의 조성되어 있지 않지만 곳곳에 하귤나무를 배경으로 한 포토존을 만들면 더 많은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고, 제주도 내 사진 Hot Place로 소문난 금오름 정상이나 도두동 무지개 해안도로 등과 같이 호응을 얻게되리라 생각한다.

나아가 보다 적극적인 정책의 일환으로 하귤나무를 서귀포시 관내 가로수로 지정하고 최대한 확산하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동쪽 성산일출봉 근처 마을부터 서쪽 산방산이 있는 마을까지 이어지는 길가에 각 읍·면·동이 주도해 각각 2~3㎞씩 하귤 가로수를 심어보자.

그리고 하귤 가로수 곁에 있는 가옥이나 돌담에 감귤 관련 벽화 등을 장식한다면 관광객들에게 정겨운 감귤 고장의 느낌을 듬뿍 선물하게 될 것이다.

한편, 하귤의 생태를 자세히 관찰해 보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삶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 5월 하귤 나무에 꽃이 필 때 보면 큰 열매가 여전히 많이 매달려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가지에서 새로운 꽃을 피우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스스로 이모작을 하는 것이다. 열매가 달려 있어도 새롭게 온 봄을 그냥 보낼 수 없다는 듯, 또 다른 열매를 잉태하고자 꽃을 피우고 있는 하귤나무의 특징을 알고 나면 참 신통할 뿐이다.

이렇듯 하귤 가로수는 일 년 중 오랫동안 제주가 감귤의 고장임을 느끼게 해 주는 훌륭한 홍보대사이면서, 인생의 이모작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영감과 지혜를 줄 만한 독특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하귤나무 가로수가 언젠가는 스페인 거리의 오렌지 나무보다 더 유명해져서 제주의 여러 관광자원 중 하나로서 큰 몫을 담당하는 날이 올 것을 기대해 본다. <오경수 제주미래가치포럼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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