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민원 '신상털기' 방지 공무원 이름 홈페이지 비공개 가능

악성민원 '신상털기' 방지 공무원 이름 홈페이지 비공개 가능
행정안전부 '악성민원 방지·민원공무원 보호대책' 발표
폭언전화 1차 경고 후 종료.. 방문 민원도 사전예약제로
  • 입력 : 2024. 05.02(목) 16:32  수정 : 2024. 05. 03(금) 15:43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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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민원인이 담당 공무원과 전화 통화를 하며 폭언하는 경우 공무원이 먼저 통화를 끊을 수 있게 된다.

기관 홈페이지 등에 공개돼 이른바 '신상털기(온라인 좌표찍기)'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공무원 개인정보는 '성명 비공개' 등 기관별로 공개 수준을 조정한다.

전담팀을 구성해 악성민원인에 대한 법적대응 등을 지원하며, 민원 담당 공무원은 사기 진작을 위해 승진 가점과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행정안전부는 2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 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올해 3월 악성민원에 고통받다 숨진 채 발견된 경기 김포시 9급 공무원 사건을 계기로 민원공무원 보호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에 따라마련됐다.

◇ 폭언 민원전화 '1차 경고' 후 종료…통화내용 '전체 녹음'

정부는 전화, 인터넷, 방문 등 민원 신청 수단별로 악성 민원 차단 장치를 마련한다.

그동안 민원 담당 공무원은 전화로 민원인이 욕설하거나, 민원과 상관없는 내용을 장시간 얘기해도 그대로 듣고 있어야 했다.

앞으로는 민원인이 욕설·협박·성희롱 등 폭언을 하면 공무원이 1차 경고를 하고, 그래도 폭언이 이어질 경우 통화를 바로 종료할 수 있도록 한다.

기관별로 통화 1회당 권장시간을 설정해 부당한 요구 등으로 권장시간을 초과할 경우 이 역시 통화를 종료할 수 있게 한다.

온라인 민원창구로 단시간에 대량 민원을 신청해 시스템 장애 등 업무처리에 의도적으로 지장을 준 경우 시스템 이용에 일시적 제한을 둔다. 다만, 이런 경우에도 서면으로 민원 신청은 가능하다.

방문 민원도 '사전 예약제' 등을 통해 1회 권장시간을 정하기로 했다.

문서로 신청한 민원도 마찬가지다. 문서상에 욕설·협박·성희롱 등이 상당 부분 포함된 경우 민원을 종결할 수 있다.

동일한 내용의 민원이 반복 제기될 경우 종결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제도도 보완한다. 동일한 내용인지 판단할 때 내용 뿐만 아니라, 민원 취지·배경 유사성·업무방해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부당하거나 과다하게 제기되는 정보공개 청구도 자체 심의회를 거쳐 종결 처리할 수 있도록 법령에 근거를 마련한다.

정보공개 청구건수가 많은 상위 10명은 욕설과 비방 등 악의적 반복·과다 청구자로, 전체 정보공개 청구 건수(180만건)의 32%(58만건)를 차지한다.

정부는 부당·과도한 권리남용적 청구를 제한하고, 해당 청구는 심의회를 거쳐 종결 처리하도록 정보공개법 개정에 나선다.

아울러 다수기관에 대한 악의적 일괄 청구 방지를 위해 1회 청구시 청구할 수 있는 대상기관을 축소할 방침이다. 현재는 2천900여개 모든 기관에 일괄 청구가 가능해 불필요한 업무부담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대책에는 많은 현장 공무원이 건의해온 악성민원 예방 수단도 담겼다.

콜센터 등 민간 영역에서 대부분 시행하는 것처럼 민원 통화를 시작할 때부터 내용 전체를 녹음할 수 있도록 했다.

행정기관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 공무원 개인정보는 '성명 비공개' 등 기관별로 공개 수준을 조정한다. 담당 공무원의 개인정보가 공개되며 '신상털기' 등에 악용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행안부 황명석 정부혁신국장은 "지자체, 중앙행정기관이 국민 서비스 차원에서 (공무원 개인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민원을 들어주지 않는 사람(공무원)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무원 성명은 홈페이지에서 공개되지 않도록 권고하고, 나머지 부분은 각 기관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 악성 민원 전담대응팀 구축…민원공무원엔 승진 가점과 수당 지급

정부는 악성 민원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과 법적 조치, 피해 공무원 보호를 위해행정기관마다 전담 대응팀을 두도록 권장하기로 했다.

정부는 '범정부 대응팀'을 운영하면서 민원 공무원 상담, 악성민원 해결을 위한현장 조사 등 기관별 대응팀을 지원한다. 올 하반기부터 기관별, 범정부 대응팀이 운영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하고, 관계기관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민원인의 위법행위 등에 대비해 민원실 내 비상벨을 설치해 경찰과 연락망도 강화한다.

악성 민원으로 피해를 본 공무원은 6일 이내 공무상 병가 사유에 이를 명시하고, 일시적으로 업무에서 제외해 휴식 시간을 갖도록 했다.

피해 공무원이 범정부 대응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별도 연락 체계(핫라인)를 신설한다.

심리상담, 정서 안정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공무원 마음건강센터를 추가로 확충하고, 민원공무원을 위한 특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민원 담당 공무원의 사기 진작책도 마련된다.

민원공무원이 승진 가점을 받을 수 있도록 민원업무를 직무특성 관련 가점항목으로 명시하고, 난이도와 처리량 등 담당업무 특성에 따라 '민원 수당 가산금'을 추가 지급한다.

악성 민원 대응 과정에서 징계가 요구된 경우 민원인의 위법행위 여부 등 경위를 참작하고, 악성 민원 피해 공무원은 필수 보직 기간 내라도 전보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아울러 아직 명확한 정의가 없는 '악성 민원'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유형별 대응 방안을 마련해 각급 기관에 안내하기로 했다.

악성 민원을 크게 폭언과 폭행 등 민원인의 '위법행위'와 '공무방해 행위' 등 2가지로 규정하고, 악성 민원의 유형을 세분화한다.

위법행위는 '폭언·명예훼손·성희롱·폭행·기물파손·협박' 등, 공무방해 행위는 '반복형·시간 구속형·부당한 요구' 등으로 분류된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악성 민원으로부터 민원 공무원을 보호하는 것은 정부의책무"라며 "이번 종합대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국민이 안정적으로 민원 서비스를 제공받고, 우리 사회에 민원 공무원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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