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1만8000신들의 고향 제주. 그만큼 신화 이야기도 풍부하다.
제주 신화 저술가이자 연구자인 여연은 그동안 민속학자들이 마을에 전승되고 있는 신화들을 구술 채록해 두툼한 책으로 정리했지만 서사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들이 많지 않고, 토박이들도 의미 파악이 어려운 제주어들로 인해 제대로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서 구술 채록된 본풀이 중에서 그런대로 서사를 갖추고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정리해 내리라 마음먹고, 개미행렬처럼 작은 글자에 돋보기를 들이대었다. 그렇게 제주 마을 곳곳을 답사하며, 마을을 세운 신들의 이야기를 책 '신들의 고향, 제주를 걷다'(알렙 펴냄)에 담아 전한다.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이 글은 제주 마을이 전하는 신화들, 몇몇을 제외하고는 먼지에 싸여 존재감이 희미해진 서사들을 햇살 아래로 끌어내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고 밝힌다. 제주 마을에 전하는 신화들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쓰인 만큼 읽기 편하게 풀어내면서 길어지지 않게 많을 아꼈고, 해설보다는 감상과 공감을 우선했다.
크게 8장으로 구성된 책은 제주 신화의 보물창고, 구좌와 우도의 마을 신 이야기를 시작으로 바다와 산을 품은 조천의 신앙, 구구절절 사연 많은 우리 곁의 신성, 마을을 세운 한라산의 신, 산방산 들녘과 금악의 산과 바다, 애월의 당신(堂神)을 살피면서, 신들이 군웅할거하는 제주시의 신화를 다룬다.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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