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희의 한라시론] 건강한 초고령사회를 위한 식사 지원 활성화 방향

[김재희의 한라시론] 건강한 초고령사회를 위한 식사 지원 활성화 방향
  • 입력 : 2024. 08.28(수) 23:3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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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작년에 연구 인터뷰를 위해 안덕면 지역에 있는 경로당을 방문했다. 오전에 도착해 인터뷰를 마치니 점심시간이 됐다. 어르신 두 분이 식사 준비를 시작했고 낯선 방문객에게 밥을 먹고 가라 하셨다. 오후 일정으로 사무실에 빨리 돌아가야 했지만 어르신들의 마음을 거절할 수 없어 흔쾌히 시간을 내었다. 또 언제 경로당 어르신들과 식사를 하겠는가? 김치, 나물, 밥과 된장국, 진수성찬은 아니었지만 마음 따뜻한 한 끼였다.

정부에서 올해 5월 경로당에 주 5일 식사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기능이 약해져 충분한 영양섭취를 하는 것은 건강 유지에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의 경로당 식사 확대 정책은 건강한 초고령 사회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어르신들이 경로당에 모여 식사하는 것은 단순하게 밥 한 끼 먹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나 역시도 경로당 밥 한 끼 먹을 때 느꼈던 따뜻한 마음이 어르신들에게는 훨씬 크게 느껴질 것이다.

다만, 경로당 주 5일 식사 확대를 위해 해결할 과제가 많다. 우선 경로당에서 음식을 준비할 인력 확보가 필요하고, 조리시설이 없는 경로당은 시설 개보수가 필요하고, 단체급식 시 식중독 발생과 같은 안전사고 예방 등 고민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주 5일 식사 지원을 위한 예산 확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재 제주지역 경로당 473개소 중 월 1회 이상 식사를 제공하는 경로당은 377개소(79.7%), 이 중 주 5일 이상 식사 제공 경로당은 56개소(14.9%)로 비중이 높지 않다. 국비지원이 있지 않고서는 주 5일 식사 확대는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려운 실정이다.

식사지원과 관련해 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는 경로당을 이용하지 않는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경로당 중심 식사 지원이 확대되면 경로당을 이용하지 않는 고립된 어르신들은 정책에서 소외될 수 있다. 이에 경로당을 이용하지 않는 먹거리 취약계층 노인에 대한 식사 지원 서비스 역시 활성화되어야 한다. 즉, 저소득 노인이 이용하는 경로식당, 거동불편 노인이 이용하는 식사배달사업 확대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제주지역 모든 노인의 건강 증진과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실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정부 발표 이후 경로당 식사 지원 정책 방향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지난 6월 도내 경로당 급식 제공 실태 파악, 그리고 지난 23일 경로당 식사 지원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개최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제주지역 특성에 맞는 식사 지원 방안이 수립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로당 이용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노인이 적절한 식사 지원 서비스를 제공받고 건강한 삶을 보낼 수 있는 제주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김재희 제주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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