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관훈의 한라시론] 언어지도(言語地圖)

[진관훈의 한라시론] 언어지도(言語地圖)
  • 입력 : 2024. 09.18(수) 22:3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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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남제주군 중문면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제주시로 진학해 학교에 가보니 시에서 나고 자란 반 친구도 있었지만, 나처럼'촌'(당시엔 그렇게 불렀다)에서 온 유학생들도 많았다.

나는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울어대는 매미를 '재열'이라 불렀다. '왕재열', '폿재열', '구재기재열' 등. 그런데 세화에서 온 친구는 매미를 '재'라고 부른다 했다. '왕재', '폿재' 등.

우리 동네에선 잠자리를 '밥줄'이라 했다. 밥알을 대나무 끝에 묶어 흔들면 잠자리가 와서 달라붙는다해서 '밥줄'이다. 다른 동네에선 잠자리를 '물자리', '물잴', '밤부리','밥주리' 등으로 불렀다.

수산, 김녕, 명월에선 지네를 '주넹이'라고 한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노형, 조수, 인성, 서홍, 남원에서는 지네를 '지넹이'라고 했다. 우리 동네에선 쥐를 '쥉이'라 한다. 제주시 오니 쥐를 '중이' 혹은 '쥥이'라 했다.

요즘 버스를 타면 보게 되는 광고가 있다. 얼마 전까진 제주도 3곳에 카페를 만들자 하더니, 요새는 제주어 '뭉게'를 가지고 광고를 한다. 제주에서는 문어를 '물꾸럭', '무꾸럭', '문게', '문에', '뭉게'라고 한다. 조천, 구좌, 우도, 성산, 표선, 남원에서는 문어를 '뭉게'라 했고, 제주시와 애월, 한림, 한경, 대정, 안덕, 중문, 서귀포에서는 문어를 '물꾸럭'이라고 했다.

화전(火田) 명칭도 지방마다 다르다. 목안(현 제주시 관내)에서는 '캐운밧'이라 하고 정의(현 서귀포시 동부)에서는 '남친밧', '불밧', 대정에서는 '친밧', '멀왓'이라 불렀다.

이처럼 제주도 내에서도 역사 문화적 배경 차이로, 마을마다 조금씩 말이 다르다. 이를 언어지리학으로 지도에 표시하면 언어지도가 된다.

'언어지도'란 방언 조사를 바탕으로 방언의 지리적 분포 상태를 표시한 지도다. 예를 들어 제주의 언어지도란 여러 제주어형을 지도에 표시함을 말한다.

제주학연구센터 김순자 박사가 작성한 언어지도에 의하면, 제주도 동북방언(조천, 구좌, 우도), 제주도 서북방언(제주시, 애월, 한림, 한경), 제주도 동남방언(성산, 표선, 남원, 서귀포), 제주도 서남방언(중문, 안덕, 대정)으로 구획할 수 있다.

이 언어지도는 고려 시대 행정 체제인 동도현(조천, 구좌, 성산, 표선, 남원, 서귀)과 서도현(제주시, 애월, 한림, 한경, 대정, 안덕, 중문), 조선 시대 제주, 대정, 정의 등 3현 분립의 행정 체제와 일치하고 있다.

요즘 기초자치단체 부활에 대한 소리가 높다. 현행 광역단체 단일체제를 3개 행정구역(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으로 나눠 기초자치단체를 부활하자는 의견이다. 그래서 기초자치단체 설치가 지역경제·관광사회복지 등에 미칠 영향을 열심히 따져보고 있다. 뜬금없어 보이진 않는다. 앞서 언어지도에서 보았듯이 면면히 내려온 역사 문화적 배경이 제주형 행정 체제 개편 논리를 뒷받침해 주는 듯하다. <진관훈 제주문화유산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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