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지의 백록담] 설문대할망전시관, 기대와 우려 사이

[오은지의 백록담] 설문대할망전시관, 기대와 우려 사이
  • 입력 : 2024. 09.23(월) 01:00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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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건축연면적 2만4585㎡(전시공간 1만3755㎡). 국내 국·공립 미술관·박물관 중 세 번째로 큰 규모라고 했다. 여기에 8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 조성되면서 그 규모와 예산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2019년 8월 건설공사가 완료되고 이듬해 2020년 11월 전시물 제작설치가 마무리됐지만, 아직까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전시 콘텐츠 부실 및 공간 활용 미흡, 체험요소 부재, 백화점식 콘텐츠 나열, 패널 위주의 단조로운 전시 연출 등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2021년 개관이 연기된 것이다. 규모만 컸을 뿐 내실은 부족했던, 제주돌문화공원 내 설문대할망전시관 이야기다.

현재 설문대할망전시관은 앞서 59억원을 들인 1차 전시물 제작·설치에 이어 추가로 90억원을 투입하는 전시물 보강사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기본설계가 완료됐고, 용역 중간보고회를 통해 새롭게 재구성된 전시공간 계획안이 공개됐다. 이달 실시설계가 마무리되면 이 청사진에 따라 실제 제작과 설치 작업이 본격화된다. 이번엔 과연 목표한 제 시간 내 빛을 볼 수 있을까.

전시물 보강 제작·설치 용역은 당초 오는 12월 완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충분한 의견 수렴을 위한 기본설계 과정이 계획보다 길어지면서 제작·설치 공사는 내년 3월에야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본설계를 통해 재구성된 전시공간 계획(안)은 제주의 민속, 역사, 신화를 테마로 하는 기존 구성을 유지하면서도 제주어체험관, 어린이체험관, 기증자 예우 공간, 개방형 수장고, 기획전시실 등 새로운 요소들이 추가됐다. 설문대할망 설화와 돌문화 콘텐츠를 중심으로 '제주다움'의 키워드를 도출하려 한 전시 스토리라인은 '할망의 품, 제주를 걷다'를 주제로 관람객들이 설문대할망 순례길을 따라 제주다움의 과거-현재-미래와 교감할 수 있도록 짜여졌다. 각 전시 구간마다 휴게공간도 대폭 확충하고, 관람동선 세분화 및 편의시설을 갖추며 대규모 전시공간의 피로도를 줄이는데 주력한 모습이다.

새로운 변화에는 기대와 함께 걱정도 따른다. 중간보고회에서도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콘텐츠에 맞춰 공간 규모를 정한 것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공간을 채우기 위해 콘텐츠를 만들어야하는 제약 속에서 방대한 규모에 맞추다보니 백과사전식 전시 콘텐츠를 구성한 건 아닌지 나열식 전시 방식과 콘텐츠 부족 등에 대한 일각의 걱정이 여전했다. 반면 새 콘텐츠인 어린이관과 제주어체험관은 미래세대를 위한 공간 마련 및 관광객에게 제주어를 알릴 수 있는 기회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지연과 차질을 겪으며 지난한 과정을 지나온 설문대할망전시관을 향한 관심은, 개관 시점이 가까워지면서 점차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거대한 예산이 투입된 만큼 내실을 다져 완성도 높은 전시관이 되기를 바라는 기대가 현실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는 지금, 성공적인 개관과 더불어 초기 도민과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고, 이를 지속적인 관심과 재방문으로 이어지게 할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는 데에도 더욱 촘촘하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오은지 교육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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