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101] 3부 오름-(60)노꼬메오름과 높은오름

[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101] 3부 오름-(60)노꼬메오름과 높은오름
노꼬메와 높은오름, 그 뜻이 아리송하다
  • 입력 : 2024. 10.22(화) 02: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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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돌아진오름에서 바라본 노꼬메오름, 왼쪽 바리메오름, 오른쪽 족은바리메오름, 가장 멀리 보이는 오름이 노꼬메오름이다.

'메'는 '뫼'가 변한 말?
샘을 뜻하는 고구려어 기원




[한라일보] 노꼬메오름이라는 이름은 무슨 뜻일까? 이 오름은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와 소길리에 걸쳐 있다. 표고 833.8m, 자체 높이 234m이다. 가까이에 노꼬메족은오름이 있다. 애월읍 유수암리에 있다. 표고 774.4m, 자체높이 124m이다. 노꼬메오름에 비해 표고는 59m, 자체 높이는 110m 정도 낮다. 전체적으로 규모가 작다. 노꼬메오름 가까이에 있어서 노꼬메족은오름이라 부르는 것이다.

'노꼬'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으나, 한자표기가 鹿古岳(녹고악), 鹿高岳(녹고악) 등으로 표기한 것으로 보아 옛날 사슴이 내려와 이 오름에 살았었다는데 연유한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어느 책에 나오는 내용이지만, 억지 해석이다.

1653년 탐라지를 비롯한 여러 고전은 물론 지역에서 부르는 이름도 다양하다. 네이버지도에 큰녹고메, 카카오맵에 큰노꼬메오름으로 표기하였다. 이 지명들을 종합하면, 고고산(高古山), 고산(高山,), 고구산(高丘山), 녹고산(鹿高山), 녹고악(鹿高岳), 녹고오름, 녹고악(鹿古岳), 대로기악(大爐器岳), 녹고악(鹿古岳) 등 9개로 정리할 수 있다. 이 이름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산'과 '악'은 노꼬메의 '메'를 '산'의 뜻으로 본 것이다. 이것은 오랫동안 기록자들이 제주어의 '메'가 '뫼'의 변음으로 인식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관점은 오늘날까지도 무비판적으로 전승되고 있다. 그러나 앞에 설명한 바와 같이 제주어는 당시 서울말과는 달랐다. 이 말은 고구려어 기원의 샘 혹은 물의 뜻이다. 이에 대해서는 본 기획 98회에 자세히 설명했다.



알 듯 말듯 아리송한 노꼬메와 높은오름 지명 기원


이름 중 고고산(高古山), 고구산(高丘山), 고산(高山) 등을 보자. 문제는 이 고(高)라는 글자가 훈가자로 쓴 것인지 훈독자로 쓴 것인지 아리송하다는 점이다.

그냥 이 지역에서는 높은 오름이라고 부른다는 점만 나타낼 뿐 '높다'에서 온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는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다면 훈가자가 된다. '노꼬'가 '높다'라는 형용사에서 온 것으로 보고 '높을 고(高)'를 쓴 것이라면 훈독자가 된다는 것이다. 즉, '높은' 오름을 지시하는 이름이란 뜻이 된다. 그러나 고고산(高古山)과 고구산(高丘山)에서 '고(古)'와 '구(丘)'를 굳이 표기한 이유를 보자면 달라진다. 이 글자들은 '꼬'를 나타낸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높을 고(高)' 역시 높다는 뜻으로 쓴 것이 아니라 그저 발음이 '높'임을 나타내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훈가자로 썼다는 뜻이다.

그 외 녹고산(鹿高山), 녹고악(鹿古岳), 녹고악(鹿古岳), 녹고악(鹿高岳), 녹고오름, 대로기악(大爐器岳) 등은 더욱 훈가자로 썼음이 명백해진다. 이걸 한자로 풀이하려면 '사슴이 내려와 살았다'는 둥 어처구니없는 해석이 된다.

노꼬메의 '메'가 샘이라면 이 오름 어딘가에 샘이 있을 것이다.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이 오름탐방로 입구에 샘이 있다. 인근 목장에서 가축 급수용 시설까지 한 것으로 보면 제법 용출량이 많음을 알 수 있다.

노꼬메오름의 지명을 해석하다 보면 '높은오름'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노꼬메오름과 높은오름은 같은 뜻인가? 높은오름은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산213-1번지다. 표고 405.3m, 자체 높이 175m이다. 이 오름은 오름이 밀집한 제주도 동부지역에 있다. 정상에 올라서면 주변에 여러 오름이 보인다. 거의 정북 방향으로 보이는 돝오름(해발 250m)을 시작으로 시계방향으로 달랑쉬오름(382m), 용눈이오름(247.8m,), 손지오름(255.8m), 동검은이오름(342.5m), 문석이오름(291.8m), 아부오름(301.4m), 괭이모루(250m), 당오름(276.3m), 안친오름(191.8m) 등이 주위를 한 바퀴 돈다. 높은오름은 이 주위의 여러 오름 중에서는 가장 높다.



높은오름은 '노프오름'이 제주어 지명


1703년 탐라순력도 등 고전에는 고악(高岳), 고봉(高峰) 등으로 표기했다, 이런 고전의 내용과 함께 그 음상에서 오는 유추 작용으로 자연스레 '높은' 오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지명은 전부요소와 후부요소 둘 다 명사로 구성한다. 이런 점에서 '높은오름'이라는 지명의 전부요소 '높은'이 형용사형으로 되어있다는 점은 상당히 부자연스럽다.

'노꼬'와 '높은'은 어떻게 다를까? 사실 이 두 단어는 거의 같은 뜻을 갖는다. 다만 고대어에서 '노꼬'는 '점차 높아지는' 혹은 '다소 높은'의 의미가 강하다. 지금은 사라진 화석어다. 그러나 북방의 여러 언어에 '녹' 혹은 '노꼬'로 남아있다. 그중 퉁구스어로는 '작은 봉우리', '언덕'의 뜻이다. 오늘날은 '노꼬'에서 '높다'를 연상하지만, 원래 뜻은 이처럼 '다소 높은 정도의 언덕'의 의미였다.

'높은'은 현대 국어에 남아있다. 다만, 지금은 '높다', '높은' 같은 형용사로 쓰인다. 문제는 명사는 어떤 꼴일까이다. 아마 대부분 '높음'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동명사다. 고대어에서 명사는 '높'이다. 이 말이 '높고', '높은' '높으니', '높지', '높게' 등 여러 형태로 변신하면서 문장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고대어에서는 '높'이라는 명사가 생기고 이게 개음절어로 쓸 때는 '노프'로 발음한다. 따라서 높은오름은 원래 '높오름' 혹은 '노프오름'으로 출발했을 것이다. 여기에 관형격 어미 'ㄴ'이 첨가되어 '노픈오름'이 된 것이다. 이것을 현대 국어에 맞게 쓴다는 것이 높은 오름이 되었다. 그러니 '노프오름'이 훨씬 제주어에 가깝다. 노꼬메는 주위 오름들에 비해 다소 높고 샘이 있는 오름, 높은오름은 주위 오름에 비해 높은 오름이란 뜻이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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