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민심은 강력했고, 매서웠다. 윤석열 대통령은 12·3비상계엄 사태 11일 만에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로 직무가 정지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여부를 심판받게 됐다.
2024년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 국민은 비상계엄을 용납하지 않았다. 기말고사를 앞둔 10대 청소년부터 5·18 광주민주화 항쟁을 지켜본 중장년층까지 추운 겨울 바람에도 광장으로 나와 한 목소리로 대통령 퇴진과 즉각적인 직무정지를 요구했다.
시민들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권을 아무렇지도 않게 짓밟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포고령에 아연실색했다. 걸핏하면 '자유민주주의'를 운운하던 대통령이 계엄 포고령에서는 민주주의와 자유를 완벽하게 억눌렀다. 독재국가에서나 나옴직한 '처단하겠다'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진작부터 하고 싶었던 말들을 포고령에 담은 것 아닌지 그의 어투마저 느껴지는 포고령이었다. 의대 정원 확대로 내년 의대 교육에 파행이 우려되는 상황도 비상계엄으로 해결해 보려는 1차원적인 포고령 내용도 혀를 차게 했다.
포고령뿐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국회를 자신의 발목을 잡는 존재이자 군경을 투입해 제압해야 하는 대상으로 봤다. 여의도 국회 상공에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군용 헬기가 등장했고, 중무장한 군인들은 자신들이 왜 국회에 투입됐는지 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상황에서 국회 보좌진·시민들과 대치했다.
군을 이끈 지휘관들은 비상계엄이 해제된 뒤, 국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질의에서 '윤 대통령의 지시였다'며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2024년 대한민국에서 군인들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엉뚱한 비상계엄이 윤 대통령이 벌인 일임을 폭로한 것이다. 군인들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자신들이 중무장을 하고 투입됐다는 것 자체에 자괴감을 느끼는 것 같았고, 눈물도 보였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뒤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대한민국은 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불안함 속에 지켜봐야 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반대하며 국민에 맞서고 대통령을 감쌌기에 불안을 떨칠 수 없었다. 다행히 두 번째 탄핵결의안 가결로 국민들은 다소나마 일상을 회복할 수 있게 됐다.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이 최종 결정될 때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아마도 자신의 지지층을 향해 여론전도 펼치고, 법률 대응도 만전을 기할 모양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뿐 아니라 내란 피의자로서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수사처의 수사 대상이기도 하다. 국민을 비상계엄 공포에 몰아넣은 대가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정치권에서 자주 인용하는 말이다. 성난 민심의 파도는 헌재의 심판까지 계속 일렁일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가 태풍의 눈 속으로 달려가고 있다. <부미현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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