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경제기관들이 2025년 정초부터 어두운 소식을 쏟아내고 있다. 정국 불안 등으로 제주경제 앞날이 녹록지 않다는 진단을 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도 있다고 한다.
실제 이곳저곳서 "어렵다"는 하소연이 들린다. 코로나19때보다 힘들단다. 지갑이 얇아져 소비가 위축되자 경제의 뿌리인 골목상권이 휘청거리고 있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다 보니 매년 해가 바뀌어도 나아지리라는 기대감마저 없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생각해 보면 "경제가 좋아진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매년 '위기'라는 말만 들어왔다. 누군가 그랬다. "경기가 바닥을 쳤으니 이제 오를 일만 남았다 '정신승리'를 해본다. 이거라도 해야 살 것 같다"라고.
제주경제의 버팀목은 뭐니뭐니해도 관광이다. 그런데 제주관광이 벼랑 끝에 섰다. 이전보다 적게 와서가 아니라 제주만의 경쟁력이 사라지고 또 뒤처지고 있음이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총관광객은 1378만명으로, 전년보다 3%가량 증가했다. 크루즈 중국관광객 급증세에 힘입은 결과다. 하지만 내국인시장은 충격적이다. 전년보다 6%가량 감소했다. 문제는 숫자가 줄었다는 점보다 우려되던 '제주 외면' 분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관광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은 이른바 MZ세대다. 소비의 폭이 큰 기성세대와 달리 소소한 작은 것을 찾고 또 그것에 만족하며 즐기는 MZ들은 제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관광시장의 대세가 됐음이다. 그런 MZ들이 제주를 향해 쓴소리를 하며 고개를 돌리려 한다.
관광시장은 이렇듯 급변하는데 제주는 과거를 답습하고 쉬운 길만 걸으려 한다. 변화에 무디고 큰손 고객을 기대하며 대단위개발에만 힘을 쏟는다. 개발과 보전 사이 빚어지는 갈등은 제주관광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성장통이라 치부해 버린다.
무엇보다 여전한 것은 업종불문 상생보단 한쪽의 희생을 강요한다는 거다. 지속성장하던 제주관광은 2015년 메르스 대유행을 시작으로 사드사태와 코로나19 전후로 이어지는 10년 안팎 부침과 성장을 경험했다. 관광객 감소로 치명타를 맞아 그로기 상태에 몰리기도 했고, 외국행이 끊긴 내국인 관광수요가 몰린 1년여 남짓 유례없는 대호황을 만끽하기도 했다.
최근 또 침체국면이다. 인심이 나던 곳간이 비기 시작하니 이곳저곳서 직원을 줄인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매출 감소를 인건비를 줄여 상쇄하려 한다. 도내 수많은 관광업종 종사자들의 앞날이 씁쓸하다. 호황기 때도 주머니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는데 불황 때마다 직격탄을 맞는 대상이 됐다. 제주관광, 위기 때마다 그랬다. 외부 요건에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시장이 되는 기회로 삼자고…. 하지만 그런 소리는 매번 헛심이 됐음이다. 구조조정이라는 가장 손쉬운 방법의 길을 걸었다.
제주가 국내 관광1번지로, 세계적인 관광지 반열에 이름을 올린 것은 관광종사자들의 땀과 눈물로 거둔 결실이기도 하다. 제주관광, 사람을 아껴야 하는 이유다. <김성훈 편집부국장>
■기사제보▷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