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사랑합니다" 4·3희생자 70여년만에 가족 품으로

"아버지 사랑합니다" 4·3희생자 70여년만에 가족 품으로
제주도 제주4·3평화재단 24일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보고회
예비검속 희생자 고 김희숙씨 9연대 군인 희생자 고 강정호씨 봉안
  • 입력 : 2025. 02.24(월) 16:11  수정 : 2025. 02. 25(화) 18:05
  • 김채현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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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24일 제주4・3평화공원 내 평화교육센터에서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를 열었다. 강희만기자

[한라일보] "아버지를 찾은 기쁨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아버지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제주 4·3당시 행방불명된 희생자들이 70여년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24일 제주4·3평화공원 평화교육센터에서 4·3희생자 신원확인 보고회를 열었다.

이번에 가족을 찾은 희생자는 故김희숙(1921년생)씨와 故강정호(1926년생)씨로, 지난 2007년과 2008년 제주공항(정뜨르 비행장)부지에서 유해가 발굴돼 신원이 확인됐다.

김희숙씨는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출신으로 1950년 7월쯤 이유도 모른채 모슬포 경찰서로 끌려간 후 행방불명됐다. 당시 그의 나이 27세로 6·25전쟁 발발 후 예비검속에 휘말려 섯알오름에 끌려갔다가 제주공항 부지에서 희생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다른 희생자 강정호씨는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출신으로 국방경비대 제9연대 소속 군인으로 복무하다 1948년 행방불명됐다. 당시 강 씨는 22세였던 것으로 전해졌으며, 제주공항 남북활주로 동북편에서 유해가 발견된 점을 보아 제주공항에서 집단 학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9연대는 4·3당시 중산간지역에서 초토화작전을 주도한 부대로, 1948년 제주 출신 9연대 군인들이 양민을 상대로 한 부당한 작전을 거부하고 탈영했다가 붙잡혀 사형 당한 기록이 있다.

강 씨는 당시 탈영병들 중 한 명으로 추정되지만, 제주 출신이라는 이유로 무장대 프락치로 오인받아 희생당했을 가능성도 있다.

강씨의 아버지·어머니와 큰 형은 성산포 터진목 해안에서, 둘째형은 난산리에서 토벌대에 의해 희생됐다.

이날 그토록 그리워했던 아버지를 만난 김광익씨는 "아버지가 보고 싶을 때면 알뜨르 비행장 비석에 새겨진 아버지 이름을 만지며 소리쳤다"면서 "아버지 유해를 찾아주고 고향 땅에 묘를 만들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강씨의 조카 강중훈씨는 "감히 부르고 싶어도 부르지 못했던 숙부님의 이름을 70여년이 흐른 이제야 불러본다"며 "늦었지만 숙부님의 신원이 확인된 것은 하늘의 은혜다. 부디 영면하십시오"라고 했다.

한편, 행방불명 희생자들에 대한 유해발굴은 지난 2006년 제주시 화북동 화북천을 시작으로 2007~2009년 제주국제공항, 2010~2021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외 8개소, 2023년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2024년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등 도내 곳곳에서 진행됐다. 이를 통해 총 417구의 유해를 발굴했으며 이 가운에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도외 발굴 유해 2명을 포함해 총 147명이 됐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올해도 유해발굴 및 발굴유해 유전자 감식사업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며, 유가족들의 적극적인 채혈 참여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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