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 경제의 버팀목인 건설산업이 전례 없는 고사(枯死) 위기에 직면했다. 최근 통계청 제주사무소 발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도내 건설수주액 감소폭은 전년 동기 대비 1분기 49%, 2분기 70.6% 감소라는 충격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0년 이후 최대 감소폭으로, 전국 평균 감소폭(8.4%)과 비교하면 제주 건설업계의 현실이 얼마나 처참한지 보여준다.
지표의 하락은 현장의 비명으로 직결된다. 지난해에만 도내 건설업체 90곳이 문을 닫았고, 3만6000명에 달하던 건설업 취업자 수는 2만3000명으로 급감했다. 불과 3년 사이 일자리의 36%가 증발한 셈이다.
위기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고금리와 원자재·인건비 폭등에 미분양 주택 증가라는 한계가 맞물려 있다. 특히 우려스러운 대목은 경기 하강의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할 공공물량의 급격한 위축이다. 민간 건설 시장이 사실상 멈춰 선 상황에서 공공 건설공사는 지역 건설업계가 숨을 쉴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그러나 최근 제주 지역의 공공부문 발주 규모는 업계의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며, 전년 대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역 건설 경제의 동력이 사실상 멈춰섰음을 의미한다.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대규모 국책 및 민간 투자 사업으로 눈을 돌려야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제2공항(5조4532억원)과 제주신항(3조8289억원) 사업은 갈등 관리와 복잡한 인허가 절차로 착공 시점이 불투명하다. 애월포레스트 관광단지나 신천리 리조트 등 대규모 민간 투자 사업 역시 인허가 단계의 진통과 찬반 갈등에 가로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가 지방채 발행으로 도로 공사 재개 등 물량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으나, 무너진 생태계를 복원하기엔 역부족이다.
이 시점에서 에너지 공기업이 주도하는 약 1조원 규모의 에너지 관련 건설사업(삼양·동복 복합 발전소 및 가스배관 매설공사)은 침체된 제주 건설경기를 되살릴 가장 현실적인 '마중물'이다. 현재 인허가 단계를 밟고 있는 이 사업들이 내년에 적기 착공된다면 얼어붙은 시장에 즉각적인 온기를 불어넣을 최적의 대안이 될 것이다. 해당 사업의 가치는 경기 부양 그 이상이다.
이를 위해 세 가지 차원의 협력이 절실하다. 첫째, 사업 주체인 에너지 공기업은 '상생형 프로젝트'의 전형을 보여야 한다. 제주 건설업체의 참여를 확대하고 지역 장비·자재를 우선 조달해 경제 파급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둘째, 제주도정과 행정시는 유관 부서 간 긴밀한 협조로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는 행정적 뒷받침에 집중해야 한다. 셋째, 지역 사회는 환경 보전과 산업 발전이 동행해야 한다는 대승적 이해를 보여줘야 한다. 건설산업은 단순한 수치를 넘어 도민의 일자리와 생계를 지탱하는 민생 경제의 뿌리다. 이번 에너지 공공사업으로 제주의 청정에너지 기반 조성과 지역경제가 동반 성장하길 바란다. 1조원 규모의 사업이 적기에 착공돼 지역 경제 활성화의 선순환 구조가 재작동하길 촉구하며, 협회 또한 역량을 다해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 <김기춘 대한건설협회제주특별자치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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