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극장의 시간들] 시간을 찾아서

[영화觀/ 극장의 시간들] 시간을 찾아서
  • 입력 : 2026. 03.16(월) 02:0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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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장의 시간들'.

[한라일보] 가끔은 시간을 재우려고 극장에 간다. 스마트폰에서 언제 울릴지 모르는 알림음들을 잠재워두고 뭐가 너무 많은 현재의 시간들을 컴컴한 극장의 이불 밑에 넣어두고 지금의 나와는 좀 떨어져 있는 스크린 속 이야기들을 마주보는 일은 이상하게도 분주한 일상에 환기가 된다. 때로는 나도 같이 잠들어 버리긴 하지만 그 몇 시간이 이제는 영양제처럼 필요하다고 느낀다. 때로는 공항에 가는 기분으로 극장에 간다. 멀리 떠나고 싶은데 여의치 않을 때 먼 나라의 이야기를 보러 극장으로 향한다. 여름이 지겨울 땐 겨울 영화를 보러 가고 도시가 갑갑할 땐 자연이 가득한 영화를 보러 간다. 티켓 박스에 서서 관람할 영화의 이름을 호명할 땐 어쩐지 도착할 목적지의 이름을 대는 것 같다. 의자에 몸을 누이고 눈을 잠깐 감았다 뜨면 금세 다른 세상이다. 매번 다른 두근거림이 여행처럼 찾아 오는 곳이 극장이 아닐 리 없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이 극장이라는 것에 남다른 친밀감을 느낀다. 한때 직장이었던 극장에서 그 극장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만들었다. 씨네큐브 개관 25주년 기념 앤솔로지 '극장의 시간들' 이야기다. 벌써 어언 20년 전의 이야기다. 당시 극장 사무실은 건물 8층에 있었고 극장은 지하 1층에 있었다. 사무실에서 극장에 상영할 영화들을 결정하고 시간표를 짠 뒤 틈틈이 극장에 내려갔다. 어떤 영화를 사람들이 많이 보러 오나, 보고 나온 사람들의 표정은 어떠한가를 살펴보기도 했고 때로는 너무 피곤해 극장 속 어둠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사무실로 복귀하기도 했다. 나는 관객이라는 손님을 맞는 호스트의 역할이었지만 상영관 안에 들어서면 바로 관객이 될 수 있었다. 그 경험은 오랜 잔상으로 남았다. 상영관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각기 다른 모두가 하나의 존재, 관객이 된다는 것.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공간에 몸담든 다시 이 공간으로 들어서면 그때의 나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어쩐지 마법처럼 느껴졌다.

'영화의 시간'은 극장의 관객, 영사 기사, 극장 매니저와 극장 청소 노동자까지 극장이라는 공간을 함께 공유하는 이들의 시간들을 담아냈다. 우연한 만남의 공간이자 일상의 일터인 동시에 설렘의 무대가 될 수 있는 극장이라는 공간의 표정들이 다채롭고 뭉클하게 펼쳐진다.

일렁이고 출렁이는 그 움직임들이 극장의 시간을 통과해 객석 여기저기로 가닿는 것 같았다. 각기 다른 사람들의 속내를 관객의 마음으로 돌려놓는 곳,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어둠과 빛 속에서 짧고 긴 여행을 가뿐히 허락하는 곳, 외로워도 슬퍼도 꾹 참고 이곳으로 향했던 이들이 마음 놓고 울 수 있게 해주는 곳. 박치기를 하지 않아도 들어갈 수 있는 마법의 승강장이 우리들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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