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지금의 내 모습이 맘에 드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앞으로의 미래를 낙관할 사람은 또 얼마나 있을까?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면 불만과 불안이 따라 붙는 일은 범상하다. 나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과 너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야 한다는 자기관리의 압력이 매일 나와 타인으로부터 꿈틀댄다. 더 건강하고 더 빠르게 잘 적응하고 천천히 늙는 삶. 우리는 그런 것에서 미래를 낙관하며 그런 외향과 태도를 가진 이들을 동경하고 성공한 이들로 분류한다. 그 부류에 진입하는 일은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야만 가능한 일이고 동시에 노력만으로는 가 닿을 수 없는 지점 또한 발견하기도 한다. 그 움직임이 어렵거나 힘들다고 느끼는 이들은 사회 안에서 필연적으로 외롭기 마련이다. 집단이라는 것은 그렇게 어느 세대에나 존재하는 기묘한 안정감의 요새인 동시에 누군가에겐 넘을 수 없고 넘보기 싫은 두껍고 막막한 벽이기도 하다.
보니라는 소녀는 친구를 만드는 일이 어렵다. ‘같이 놀자’는 한 마디를 내뱉는 일이 뭐가 그리 어려운지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보니가 말 없는 소녀는 결코 아니다. 보니는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수많은 장난감들과 상상의 나래 속을 진두지휘하는 지휘자인 동시에 능숙한 나레이터이기도 했다. 장난감들과는 가능했던 교감이 인간과는 왜 불가능할까. 보니와 닮은 이들은 금세 알 수 있다. 설명할 수 없이 어려운 것들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친구를 만드는 일이 세계를 넓히는 개척에 가까웠던 이들에게 <토이 스토리 5>가 다시 찾아왔다. 무려 1999년 시리즈가 시작해 3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만큼 5편에는 시대의 변화와 함께 찾아온 새로운 장난감이 등장한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의 손에 들린 스마트 태블릿이 그 주인공이다. 개구리를 닮은 스마트 태블릿 ‘릴리패드’는 보니 또래의 친구들의 일상을 장악한 상태다. 밤마다 아이들의 방에서는 전자 기기의 불빛이 넘실거리고 대화와 놀이는 온라인에서만 이뤄진다. 보니의 부모님은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는 보니를 위해 ‘릴리패드’를 사주게 되고 보니의 세상에도 드디어 인간 친구와의 접점이 생기는 것만 같다. 그런데 이 말은 또한 장난감들의 가장 좋은 친구였던 보니가 그들과의 이별을 확정하는 순간을 맞이했다는 것이기도 하다. 시리즈 속에서 인간의 성장과 함께 잊히는 일을 천명처럼 마주했던 장난감들은 또 한 번 보니와의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보니는 친구를 찾아 더 행복한 성장과 마주할 수 있을까. 이 이별의 이야기는 여전히 아름답고 잊히지 않는 여진으로 관객들에게 기억될 수 있을까.
<토이 스토리>시리즈가 이별의 이야기임을 알게 된 이후 나는 영화가 시작하자 마자 울 준비를 하는 관객이 되었다. 손때 묻은 장난감들이 나의 가장 사려 깊은 친구들이자 조력자였음을 알게 된 이후 부터는 그들의 소동이 너무 사랑스럽고 또 미안하기만 해서 추억 속에 묻혀 있던 나의 과거들에 여러 차례 마음으로 사과의 편지를 쓸 수 밖에 없었다. <토이 스토리5>는 이 시리즈가 인간의 성장과 함께 이어져 왔음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장난감들 또한 인간과 다르지 않은 성장을 했음을 보여준다. 나이 든 우디는 배가 나오고 뒷통수가 훤해진 중년이 되었고 언제나 씩씩한 보안관이던 제시는 세월과 함께 외로움의 정체와 이별의 쓸쓸함을 알아 버린 어른이 되었음을 마주할 때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해진 오래된 장난감들이 한때의 친구가 아닌 시간을 간직한 나의 또 다른 모습임을 알게 되는 일.,나를 사랑했던 나의 과거들과 마주하는 순간은 예기치 못한 큰 위로가 되었다.
우리가 관계 맺기를 어려워 했던 순간에 장난감들이 거기에 있었다. 나의 상상 속에서 누구보다 호흡이 잘 맞는 작전의 동료였고 나의 어둡던 밤을 지켜주던 수호신이었던 이들 덕에 우리는 무럭무럭 자라났다. 꿈을 함께 꾸었던 이들이 있다는 것은 놀랍고 아름다운 일이다. 인간이라는 서툰 종이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 보기 위해 공을 들일 수 있는 마음을 예비하고 있다면 그것 또한 장난감들과 보낸 유년의 시간들 때문이 아닐까. 나를 사랑했던 모든 과거들이, 내가 사랑 받았던 많은 시간들이 현재에 도착하는 일이 여전히 <토이 스토리5>안에 있다. 이별과 시작을 중첩하는 너른 시야로 시리즈는 또 한 번 만남과 관계의 소중함을 만들어 낸다. 집단이라는 큰 파도의 존재 앞에서 먼 바다를 함께 바라볼 진짜 친구를 찾는 일, 세상이 감히 무용하다 하지 못할 진짜 용기로 타인과 마주하는 기적이 펼쳐진다. 사랑 받고 사랑 하는 일, 장난감들이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하는 일이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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