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4·3평화공원에서 거행된 제78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도민과 유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강희만 기자
[한라일보] "아버지, 우리 아버지 보고 싶어요. 얼굴도 한 번 못 보고…아버지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진짜 보고 싶어요" 아버지 영정 사진을 건네 받은 4·3희생자 유족 고계순(77)씨가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자 추념식 장은 이내 울음바다가 됐다.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가 주관한 제78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엄숙한 분위기 속에 봉행됐다.
올해 추념식은 4·3 기록물이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것을 기념하고 4·3 정신인 평화와 인권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4·3의 역사는 평화를 품고, 역사의 기록은 인권을 밝히다'를 주제로 거행됐으며 유족과 도민, 정부 인사, 각 정당 지도부 등 2만 여명이 참석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8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강희만 기자
정부 대표로 참석한 김민석 국무총리는 추념사에서 4·3의 진실을 낱낱이 규명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총리는 "봄을 반기는 꽃이 제주 곳곳에 흐드러지게 피었지만 제주도민 마음에 봄은 아직 먼 것 같다"며 "내 가족이자 이웃이었던 3만여 명의 도민이 희생된 7년 7개월의 비극 속에서도, 오랜 시간 침묵할 수 밖에 없었던 동백꽃 같은 붉은 피멍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무고하게 희생되신 영령들의 넋을 기리며 삼가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고 영면을 바랐다.
김 총리는 "4·3의 진실을 마주하고 올바른 역사를 기록하는 일은 우리 모두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역사적 사명"이라며 "국민주권정부는 4·3의 진실을 낱낱이 규명하고 4·3 희생자와 유족 여러분의 명예 회복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총리는 12·3 비상계엄 당시 제주도의회가 지방 의회 중 가장 먼저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데 대해 "4·3의 역사를 잊지 않은 제주도민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켜주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4·3의 역사를 끝까지 기억하고 기리고 되새기며 평화와 인권이라는 가치 위에 더 큰 민주주의의 꽃을 피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김 총리는 4·3 광풍에 휘말려 호적에 작은아버지 자녀로 이름을 올려 70년 간 살아온 고계순씨 등 4명이 정부의 정정 결정으로 뒤늦게 가족관계를 바로 잡은 것에 대해서도 위로를 건넸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행방불명된 4·3희생자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오 지사는 "추념식이 열리는4·3 평화공원에는 시신을 찾을 수 없는 희생자 표석, 4138기가 설치돼 있다"며 "제주도는 마지막 단 한 분까지 반드시 찾아내겠다는 각오로 유해 발굴과 신원확인에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또 오 지사는 4·3 당시 무차별 체포작전 집단 학살을 주도한 박진경과 대령과 함병선 장군의 추모비·공적비 옆에 이들의 행적을 객관적으로 서술을 안내판을 설치한 사실을 언급하며 "앞으로도 제주4·3의 진실을 왜곡하고 훼손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추념식은 4·3희생자 영령을 위한 묵념, 헌화 및 분향, 국민의례, 인사 말씀, 추념사, 유족 사연, 추모 공연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한라일보 기사제보▷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