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장애인에 더 높은 ‘일’의 벽..“노동권 인정해야”

[기획] 장애인에 더 높은 ‘일’의 벽..“노동권 인정해야”
[장애인의 날, 모두의 일터] <하>장애인 일자리의 과제
제주 장애인 고용률 42%… 전체 고용률보다 27.8% 낮아
표준작업장 취업자 10명 중 9명은 제조·세탁 등 단순 업무
직무 개발 대신 미고용 부담금 내는 기업들… 작년만 17곳
“일자리는 사회와 만나는 통로… 권리중심 일자리 만들어야”
  • 입력 : 2026. 04.19(일) 17:19  수정 : 2026. 04. 19(일) 20:02
  • 양유리 기자 glassy3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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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서 시행되는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를 통해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장애인 노동자들. 꿈고래사회적협동조합 제공.

[한라일보] “일하면서 돈도 벌지만 자아실현도 할 수 있잖아요. 장애인도 마찬가지예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시민으로 살아가고 싶죠.”

제주지역 장애인들에게 일자리의 문턱은 여전히 높고, 직무의 다양성도 현저히 제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문가들은 장애인의 ‘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9일 국가데이터처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 15세 이상 장애인의 고용률은 절반에 못 미치는 42.0%로 집계됐다. 지난해 도내 장애인과 비장애인 고용률을 합한 전체 고용률은 69.8%로, 장애인 고용률과 큰 차이가 났다.

하지만 좁은 취업문을 뚫은 장애인 노동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고용됐다. 지난해 전국 장애인 임금노동자 63만6151명 중 비정규직 42만2250명(66.4%), 정규직 21만3901명(33.6%)로 두 배가량 격차가 벌어졌다.

또한 장애인 일자리 대부분이 단순 반복 업무를 하는 일부 직종 및 직무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25 제주 발달장애인을 위한 좋은 일자리 만들기 정책 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장애인표준사업장 취업자 수는 총 52명이다. 구체적으로 제조·포장업 29명, 세탁·청소업 20명, 바리스타 2명, 시설관리보조원 1명 등 제조 또는 세탁 업무에 장애인 노동자 대부분이 종사했다.

직무 다양성의 한계는 장애인 미고용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도내 장애인 의무고용 대상 기업 중 17곳이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는 대신 미고용 부담금을 지급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제주지사 관계자는 “기업들도 직무 개발이 힘들어 차라리 부담금을 내는 방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제주도내 사업장이 다양하지 않아서 장애인 일자리는 제조업이나 세탁업 등 일부 업종으로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경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제주지부장이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양유리기자

장애계 관계자들은 노동의 관점을 ‘효율’이 아닌 ‘권리’로서 접근해 장애인 일자리의 직무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이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며 확대되고 있는 ‘시니어 일자리’ 사업과 마찬가지로 노동을 수행하는 ‘장애인’에 맞춰 직무를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박정경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제주지부장은 “일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사회와 섞이는 통로다. 성인이 된 장애인들이 일을 하지 않으면 사회와 분리된 채 시설에 고립된다”며 “장애인들도 사회구성원으로서 시민권을 얻고, 사회와 소통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비장애인 중심 노동 환경에서는 모든 걸 효율로 본다. 그렇다면 장애인들은 단순 노동밖에 할 수가 없다”며 “이는 장애인이 노동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사람에 맞춘 ‘일’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제주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시니어 일자리를 개발하고 있다”며 “사회적 약자를 사회구성원으로 포섭하는 것도 정부와 지자체의 의무다. 장애인의 직무도 공공에서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기도에서 시행되고 있는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제도 도입을 요구했다. 이 제도에 따라 중증장애인들은 권익옹호(인권강사), 문화예술(전시·공연), 인식개선(캠페인) 등의 직무를 수행한다.

박 지부장은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려면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을 많이 봐야 한다. 드러나지 않으면 함께 사는 방법을 경험하지 못한다”며 “장애인들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예술활동을 하며 자꾸 노출되며 인식을 개선하는 일들을 직무로 인정해 주는 권리중심 일자리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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