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얼마 전 끝난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본 경기는 배드민턴 여자 단식이었다. 이 경기를 즐겨본 이유는 늘 마음 편한 안도감과 함께 승리의 쾌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우리나라의 보물이자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기량을 보여주는 안세영 선수가 있다. 안 선수의 경기를 보고 있으면 수비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다. 동네 클럽에서 10년 넘게 배드민턴을 친 분과 게임을 했을 때, 앞뒤 좌우로 쉴 새 없이 뛰어다니다 다리가 풀려 1세트에 한 점도 못 내고 완패했던 기억이 있다. 코트 구석에 툭 떨어지는 드롭샷을 받는 것은 나로서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안 선수는 '저게 될까' 싶은 셔틀콕까지 모두 받아낸다. 상대 선수가 확실한 득점 기회라 생각하고 날린 공격조차 다 받아내니 순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혼자서 코트 전체를 커버하며 승리를 끌어내는 모습은 단식에 완벽히 특화된 선수의 전형이다. 반면 백하나, 이소희 선수처럼 2인 1조의 복식경기에 출전해 환상의 호흡으로 뛰어난 성적을 거두는 선수들도 있다.
스포츠 경기처럼 우리가 일하는 직장에서도 유형이 나뉜다. 혼자 하는 일에 강점을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2~3인이 함께할 때 시너지를 내는 사람이 있다. 단식형 업무는 혼자서 모든 책임을 져야 하지만, 일하면서 겪는 대인관계 스트레스는 비교적 적다. 반대로 타인의 도움을 받기 어려워 혼자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최근 업무 전환으로 상담을 해온 분이 있었다. 운송회사에서 여러 직원 및 타사 담당자들과 매일 업무를 조율하다 보니 사람을 대하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있었다. 마침 경영지원팀 재무 파트로 이동할 기회가 생겼는데, 대인관계의 어려움보다는 업무 자체의 난이도를 해결하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해 이직을 권유했다.
영화 '투캅스'처럼 2인 1조로 순찰 근무를 하는 경찰은 배드민턴 복식경기와 같다. 둘이 함께 일할 때는 업무 능력 못지않게 파트너와의 관계가 절대적이다. 긴밀한 대인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이러한 업무를 오래 유지하기 힘들다.
한편 군대나 건설 현장 형틀공, 철근공처럼 20~30명 단위로 일하는 단체전 유형도 있다. 깊은 밀착 관계보다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집단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 복잡한 인간관계에 지쳐 일을 그만두는 이들도 많다. 조직 내 사람 관계가 싫어 기술을 배워 타일공으로 전환한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직장 생활에서 대인관계로 고민하고 있다면 자신이 단식형, 복식형, 단체형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감나무의 감도 때가 되면 떨어지듯 참고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금의 상황이 견뎌낼 수준인지, 전환이 필요한 시점인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유동형 펀펀잡(진로·취업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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