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립미술관건립추진위원회가 갈피를 못잡고 표류하고 있다.
지난 12일 위원회에서 그동안 추진위를 이끌었던 강영호위원장 사퇴후 후임 위원장 선출을 놓고 가닥이 잡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날 위원장에 추대됐던 양창보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은 현재 공적인 입장이어서 맡기를 고사했다. 문화재단이 출범한지 1년도 안된 상태에서 두마리 토끼를 쫓다가는 둘 다 놓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양이사장은 14일 강영호 전 위원장과 제주미협 김천희 회장, 강시권 부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가능하면 일할 수 있는 다른 인사가 위원장직을 수행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에따라 추진위는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실행위원들이 모인 가운데 위원장 선출 등 앞으로의 방향을 의논하기로 했다.
그동안 유명무실하다는 비난을 받아왔던 미술관건립추진위가 출범 2년이 다 되도록 지지부진한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인프라의 꽃으로 불리는 미술관건립사업, 무엇이 문제인가.
도립미술관 건립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몇년전 이지만 본격적으로는 2000년 1월 20일 오광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제주를 방문 변시지 양창보 김택화 강영호 김원민 등 도내 주요 미술계 인사와 간담회를 가지면서부터. 그후 이달 31일에 건립준비위가 발족됐고 이어 4월 22일 26명의 실행위원으로 추진위를 출범시켰다.
추진위는 건립기금마련전 등을 기획하는등 출발은 요란했으나 그후 활동은 거의 이루어 지지 않고 있는 상태. 제주도 역시 출범후 2001년부터 2개년 사업으로 미술관건립을 추진하겠다며 30억원의 교부세를 신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부지선정 문제로 손을 놓고 말았다. 그동안 추진위가 한 것은 몇차례 도 관계자와 부지답사를 한 것이 전부. 견월악과 사라봉·한라수목원 일대 등 3군데를 놓고 저울질 했으나 접근권이나 입지상 부적합 등 여러 이유로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추진위 활동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미술계 내부에서는 행정기관만 탓할 것이 아니라 역량결집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후임 위원장 선출 문제에 있어서도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제주미협과 탐미협 한라미술인협회등 3단체가 있는데도 언제까지 윗선(?)만 쳐다보느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미술인들 사이의 역량결집을 바탕으로 도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데 정작 앞장서 일을 하는데는 주저하는 형국이다.
일부 미술인들 사이에서는 요즘 미술계가 일 추진이나 현안에 너무 소극적이어서 “옛날이 좋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그만큼 미술인들 스스로도 침체된 분위기를 인식, 탈피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또한 지난 12일 회의에서도 보여줬지만 미술인들끼리 ‘네편’ ‘내편’ 나누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미술인을 중심으로 추진위를 구성하고 범도민의 역량을 결집시킬 수 있도록 외연을 확장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역시 그동안의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도는 올해부터 2005년까지 1백20억원의 예산(국비 20억원, 특별교부세 30억원, 도비 60억원)을 들여 부지 5천평, 연건평 2천평,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미술관건립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관건인 부지는 제주시와 협의해장기적으로 ‘문화복합단지’ 조성차원에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전국 광역시도중 미술관이 없거나 추진중에 있지 않는 것은 제주뿐이다. 제주문화의 백년대계를 위한다는 차원에서 미술계와 도 당국의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이윤형기자 yhlee@hall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