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사는 지난 98년부터 5년째 진행해온 한라산학술대탐사 제1부 ‘생명의 원류/하천과 계곡’ 탐사와 연재를 종료하면서 탐사위원들을 초청 특별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는 탐사단장인 강문규 편집국장의 사회로 지난 2일 본사 회의실에서 열렸다. 좌담회에는 강 단장 이외에 강만생 대표이사 사장, 김찬수(임업연구원 산림유전자원부)·좌혜경(제주대 교수·제주도 문화재위원)·강순석(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고정군 박사(한라산연구소)를 비롯해 김완병(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김동만 위원·강영제 연구사(제주임업시험장), 김대준 과장(제주시)이 참석했다.<편집자주>
△사회=한라산 학술대탐사를 시작한지 올해로 만 5년이 돼 갑니다. 오늘 좌담회는 그동안의 탐사를 회고하고 발전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탐사에 직접 참여해온 위원들의 감회가 남다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질분야를 담당하신 강순석박사부터 회고해 주시죠.
△강순석=자연과학분야는 현장이 중요합니다. 특히 지질분야는 현장조사가 강조돼 왔으나 과거 실상은 그렇지 못했던게 사실입니다. 따라서 하류에서부터 직접 도보로 전 구간을 탐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러한 탐사방식 때문에 1개 하천을 답사하는데 반년이 걸리기도 했죠.
한라산대탐사는 화산, 화석 등을 심층적으로 조사함으로써 지질이 도민들에게 전면에 부각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영실분화구와 국내 최대 주상절리인 ‘갯깍’을 새롭게 조명한 것은 그 대표적 성과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사회=김찬수박사께서는 처음부터 줄곧 탐사에 참여해 왔습니다. 이번 탐사가 제주도 식물연구에 끼친 영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김찬수=지금까지 제주 식물상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지기도 했으나 탐사를 통해 예상치 못했던 서식지들이 확인됨으로써 생태계의 다양성을 체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 대표적 사례가 효돈천 상류 협곡인 산벌른내에서 확인한 ‘종의 피난처’입니다.
뿐만 아니라 환경부 지정 보호야생 희귀식물인 한란과 솔잎난, 무주나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왕벚나무 자생지를 보다 분명하게 밝혀낸 것도 성과입니다.
백두산과 일본 규슈의 화산섬 사쿠라지마 탐사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이 곳은 모두 화산지역인데 지질 토양적 측면에서 제주도와 비교 조사·연구하는데 도움이 컸습니다.
△사회=좌혜경박사께서는 유일한 여성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민속·설화분야를 이끌고 오셨는데요.
△좌혜경=개인적으로는 현장조사 기회가 주어져서 매우 좋았습니다. 하천조사를 통해 자연과 사람들, 생태와 문화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안목을 갖게 됐으며 민속학 연구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김동만=대탐사는 영상측면에서도 한라산의 가치를 알려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생태자원에 대한 기록과 중요성은 영상과 방송매체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사회=한라산연구소 연구팀장인 고정군박사께서는 이번 탐사가 한라산 연구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평가해 주시죠.
△고정군=식물분야 성과에 대해서는 김찬수박사께서 개괄적으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탐사의 성격상 시간적 제약이 있었기 때문에 계절적 특성을 감안한 연구가 계속 수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김완병=계곡은 마지막 남아있는 생태계의 보고였습니다. 그러나 하류는 원형이 훼손돼 생태공간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조류 서식지 보호공간으로서도 계곡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사회=김대준과장께서는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산악활동에 매우 열정적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탐사 준비 과정부터 1부가 종료될 때까지 많은 격려와 관심을 아끼지 않았는데 곁에서 본 탐사는 어떠했습니까.
△김대준=사실 처음에는 ‘가능할까’라는 의구심과 황당하기 까지 했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작업이었죠. 탐사과정을 줄곧 지켜보면서 전문 산악인들 조차도 모르는 공간을 탐사팀이 찾아 나서는 것을 보고는 처음 생각이 기우였음을 알게 됐죠. 시작은 미미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시작 당시 탐사팀의 각오가 다시 기억이 납니다.
△강영제=동·식물 뿐만 아니라 역사와 인문, 민속 등 각 분야 전문가가 팀을 이뤄 장기간 조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탐사의 바람직한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이는 수범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좌혜경=계곡을 탐사하면서 신화와 전설이 유래된 배경을 유추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죠. 개인적으로는 자연과 인간의 삶이 진실과 어떻게 연관될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앞으로의 연구과제가 될 것입니다.
△사회=생태계의 보고이면서 제주인들의 삶의 곳간인 하천이 무차별적으로 파괴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장도 지켜봤습니다.
△강순석=하천을 하수구로 생각하거나 복개해 주차장으로 둔갑시킨 사례도 많았습니다. 대부분의 하천은 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원형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가 돼버렸습니다.
△김찬수=하천은 생태공간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특정 공간만 보호할 게 아니라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역까지 보존하지 않으면 하천은 원형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사회=제1부 탐사가 당초 계획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그동안 옌볜대학과의 학술세미나, 백두산·사쿠라지마 탐사 외에도 두 권의 보고서도 발간했습니다. 백두산 탐사를 통해 한라산연구소 창설에도 나름대로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백록담 담수조사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탐사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1부에 이어 9월부터 2부 탐사를 이어갑니다. 한라산대탐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탐사위원들의 변함없는 관심과 격려를 당부드립니다. 장시간 좌담회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설명]지난 2일 본사 회의실에서 지난 98년부터 5년째 진행해온 한라산학술대탐사 제1부 ‘생명의 원류/하천과 계곡’ 탐사와 연재를 종료하면서 탐사위원들을 초청 특별좌담회를 개최했다./사진=강경민기자 gmkang@hall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