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道 제주 위기인가 기회인가]<br>(8)비상걸린 한라산 생태계(상)]

[기후변화 대응道 제주 위기인가 기회인가]<br>(8)비상걸린 한라산 생태계(상)]
한라산 기온 4도 더 상승하면 고산식물 위기
  • 입력 : 2008. 02.27(수)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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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정상 일대에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는 구상나무 숲. 한라산을 대표하는 구상나무 숲이 지금과 같은 지구온난화 추세가 지속된다면 금세기내에 거의 절멸할지도 모른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한라일보DB

세계유일 구상나무 純林·시로미 등 이미 '신호탄'

조릿대·소나무림·억새 등 급속 확장 생태계 교란

# 한라산 위기 보고서

생태계의 보고라고 하는 한라산의 식물상을 대표하는 나무는 구상나무다. 이 나무가 한라산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것이 상상력을 동원한 가설이 아니고 실제 상황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면 매우 끔찍하고도 심각한 일이다. 불행하게도 최근의 연구보고서들은 우리가 평소 쉽게 볼 수 있는 구상나무와 같은 한라산 고산식물과 특산식물이 금세기내에 일부만 남아 있거나 아예 멸종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구상나무 뿐만이 아니다. 이름마저 너무나 아름다운 한라산의 시로미 또한 시급히 보존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머지 않은 장래에 절멸할 것이라는 보고도 있다. 한라산 시로미는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위도에 위치한 분포 하한지이며 지리적으로도 고립돼 있다. 지금과 같은 지구온난화 추세가 지속된다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식물종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한라산 시로미의 위기는 제주조릿대의 급속한 번성과 소나무림의 확장, 억새 등 키가 크고 잎이 넓은 종들의 확장으로 분포지가 더욱 위협받고 있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국가와 지방정부 차원의 시로미 보전대책을 수립해 전개중이다.

한반도가 더워지면서 작물의 재배지역과 시기에 변화가 이미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제주에서 비닐하우스 없이 아열대과일도 생산될 수 있다는 얘기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이 얘기는 제주의 육상식물 분포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쉽게 알려주는 조짐이다. 고산식물들은 기온이 낮은 서식환경을 찾아 점차 북쪽으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식물은 서식지를 잃어 자취를 감추게 된다. 반면 저지대 식물들은 과거에는 서식할 수 없는 고지대에까지 세력을 뻗치고 있다.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지난 1백년 동안 1.5도 상승했다. 전 지구적인 상승추세인 0.6도를 2배 이상 크게 상회한 것이다. 특히 앞으로 1백년간 기온 변화를 예측한 결과, 한반도 연평균 기온이 계속 증가, 2060년쯤에 지금보다 4도, 2090년쯤이면 6도 이상 증가, 전국이 아열대 기후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있다. 2060년쯤이면 서울이 서귀포와 같은 기온대를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2000년대 들어 서울 연평균 기온은 12.2도, 서귀포는 16.2도이다.

식물학자들은 1도의 기온차이는 산의 높이로 볼 때 1백43m 정도 고도차가 발생한다고 한다. 만약 한라산의 기온이 지금보다 4도 상승한다면 한라산의 식물분포대는 현재의 위치보다 해발 약 5백60m나 고지대로 이동하게 된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이 경우, 해발 1천4백m 이상 고지대에 분포하는 한라산 고산식물은 해발 2천m 이상 지대로 밀려난다.

한라산의 높이(1,950m)로 볼 때 현재의 고산식물들은 피난처를 찾지 못하고 희귀식물이 되거나 대부분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기상학자들의 분석에 따르자면 앞으로 불과 50년쯤 후에 예견되는 일이다.

한라산에는 이미 이런 징후가 뚜렷하다. 제주조릿대가 한라산 정상으로 향하고 있으며 지난 20여년전만 해도 한라산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중산간의 참억새는 해발 1,400~1,500m 일대에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해발 1,700m 윗세오름 일대 아고산지대까지 세력을 뻗쳤다.

한라산의 숲의 변화는 온대수종인 소나무의 고지대 이동에서도 뚜렷하다. 사제비동산과 돈내코등산로 해발 1,500m 일대에는 소나무숲이 형성되고 있다. 새로운 소나무숲은 기존 서식지인 산철쭉 등의 키작은 관목림의 서식환경을 감소시키고 있다.

한라산연구소 고정군 박사는 "제주지역과 같이 섬이라는 특수지역에서는 식생대가 저지대에서 고지대로의 이동과 함께 한라산 고산지대에만 서식하는 식물 종들은 그 분포범위가 축소되거나 소멸될 위험성도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고박사는 "현재 한라산에는 1백46종의 극지고산식물이 자라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지구온난화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어 "그리고 저지대에서는 새로운 열대성 기후조건이 형성되면서 기존 난대성 식생구조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식생구조의 변화 뿐만이 아니다. 식물의 생육시기도 변화하고 있다. 나무에서 잎이 나오고 꽃을 피우거나 열매를 맺는 시기도 빨라진다.

국제생물학계는 지구온난화가 현재와 같은 추세로 진행될 경우, 앞으로 50년 안에 육지식물과 동물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멸종되거나 멸종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이미 경고한바 있다. 한라산생태계도 지구온난화로 이미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기후·세계유산기획팀=강시영·고대로·강경민기자

공동기획 : ICLEI 한국사무소



[전문위원 리포트] 산림생태계 기후변화 대응방안은

생태계·생물다양성 보존 등 '적응'대책

건강한 숲 조성·산림재해방지사업 필요

기후변화는 여러 지표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산업혁명전 280ppm에서 2000년도에는 370ppm로 대폭 증가했고 20세기 100년 동안 지구 평균기온이 0.6℃ 상승하였으며, 우리나라의 경우는 같은 기간 1.5℃나 상승하였다. 겨울은 짧아지고 여름과 봄은 길어졌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추세는 지속되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증가하고 식물의 생육기간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산림식생대 역시 큰 폭으로 이동하고, 생물다양성도 변화할 것이다. 산불과 홍수로 인한 산사태, 병해충 발생 등 여러 가지 산림재해도 증가할 것이 분명하다.

이와 같은 기후변화와 이에 따른 재해를 줄이기 위하여 탄소배출을 억제하고 흡수원을 확충하려는 대책들이 몇몇 선진국들에 의해서 선도적으로 수행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1990년 지구변화연구법을 제정하고 지구변화연구 프로그램(USGCRP)과 산림청지구변화연구계획(FSGCRP)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지구변화프론티어연구센터(FRCGC)를 설립하여 기후변동, 생태계변화, 지구 온난화, 지구환경변화 모델링 연구 등의 연구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한반도 산림생태계의 변화를 예측하고 적절한 대응방안과 기상이변으로 인한 대규모 자연재해 예방 및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종합방재대책으로 탄소 흡수원 확충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산림생태계분야의 적응대책이 제시되어 있는데 그 주요 내용은 첫째, 생태계 및 생물다양성 보존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산림생태계 변화 예측 및 적응전략 수립, 지구온난화 시나리오에 따른 한반도 산림식생대 이동 예측, 고산지 식생 등 취약 산림생태계 영향평가 및 변화모니터링, 취약 산림생태계 및 희귀멸종위기 산림유전자원 보전, 토착생물종이 다양하게 생육하고 있는 지역의 보호, 특수한 생육지를 요구하는 종 및 군집에 대한 집약 관리 등이다.

둘째는 산림생산성 유지사업 추진이다. 지구온난화에 취약한 수종의 식재 지양, 주요 조림수종의 유전적 개량, 건강한 숲 조성과 산림생산성 향상을 위한 관리기술 개발, 토양의 생산력과 임분의 생장 및 수확에 관한 예측모델 개발 등이다.

셋째는 산림재해 방지사업 추진이다. 산불발생 취약성 예측과 산사태 발생 예지기법을 개선하고 외래 병해충 발생을 예측하는 등 지구온난화에 따른 산림재해 및 임업생산의 영향 평가와 아열대성 식물검역체계 강화, 산사태 피해발생 최소화, 산불방지 및 산불현장 통합지휘체계 구축 등 각종 산림재해 방지체계를 강화하는 것 등이다.

<김찬수 박사^난대산림연구소 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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