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를잇는사람들](8)요리연구가 김지순·양용진·조수경씨

[代를잇는사람들](8)요리연구가 김지순·양용진·조수경씨
"제주향토음식 우리가 지켜요"
  • 입력 : 2008. 03.08(토) 00:00
  • 이현숙 기자 hslee@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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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향토음식을 보존하고 지키기 위해 박물관 개설도 계획하고 있다는 김지순 원장(가운데)과 아들 양용진씨, 며느리 조수경씨. /사진=이승철기자 sclee@hallailbo.co.kr

[따뜻한 세상! 희망을 심자!]
제주향토음식보존연구원 구성

사이버음식박물관 개설 눈앞


제주 향토음식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요리연구가 김지순씨(72·김지순요리학원장)다. 평생 제주의 먹을거리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힘써온 김씨는 제주음식문화의 산 증인이다. 그가 향토음식에 관심을 가진 것은 50여년 전. 그는 1985년 제주에서 처음 요리학원을 개원했다. 제주음식을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니라 문화적인 측면에서 인식하고 보존해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너무나 '유명한' 김원장이지만 둘째 아들과 며느리가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아들 양용진씨(43)는 제과제빵분야 전문가. 주부대상 요리강좌와 음식분야 방송경험을 살려 최근에는 여성대상 라디오 방송 진행자로 활약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무대기획분야 일을 하던 양씨는 1994년부터 아내 조수경씨(41)와 함께 어머니 곁을 지키고 있다.

양씨는 "제주의 향토음식은 문화관광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무궁무진합니다. 기획하는 분야가 공연·무대에서 음식문화로 바뀌긴 했지만 어찌보면 지금 제대로운 '기획'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웃음 지었다.

두 아들이 다른 삶을 꿈꾸며 서울살이를 할때 어머니는 어떤 생각이었을까. "누가 뒤를 이을까 걱정한 적은 없어요. 제자들도 있고…. 하지만 아들과 며느리가 향토음식연구를 함께 한다니 든든해요. 잘못된 것을 지적해도 오해하지 않을테고 지금까지 소중히 간직한 것들도 물려줄 수 있으니까요."

어머니·아들·며느리가 모두 요리분야에서 뼈가 굵은 사람들이지만 전문분야는 조금씩 다르다. 아들은 제과제빵 분야, 며느리는 한식분야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제주향토음식의 뿌리찾기와 지키기 위한 뜻은 다르지 않다.

이들이 가장 안타까운 것은 점차 제주향토음식의 형태가 변질되어 가는 것이다. "제주향토음식은 계절과 떨어져 생각해선 안됩니다. 돼지새끼회나 해삼물회는 여름음식이 아닌데 여름음식으로 소개되는 것을 보면 속상하죠. 계절에 맞는 먹을거리를 챙겨 먹었기 때문에 제주에서는 양념이 발달할 이유가 없었지요."

그래서 이들은 '제주향토음식보존연구원'을 구성했다. 국내 대다수 음식연구단체 대부분이 양반가의 음식을 연구하는 것과는 달리 이 모임은 제주 서민들이 즐겨 먹었던 음식에 주목하고 있다.

"요즘 음식점에서 '제주향토음식'이라는 이름을 걸고 내놓는 음식의 70~80%는 진정한 '제주식'이 아닙니다. 출간되는 책을 봐도 제대로 검증을 받지 않고 조리법도 틀리게 나온 향토음식책자들이 많아요. 아무리 '퓨전'이 좋다고 해도 뿌리를 알고 접목하는 것과, 뿌리를 모르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김씨의 쓴소리다.

양씨가 보탠다. "이뿐이 아닙니다. 무속신앙에 대한 재현에서도 바나나, 파인애플, 이상한 떡을 제례상에 올리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이들의 바람은 더 늦기전에 제주향토음식 박물관을 만드는 일이다. 지금은 사진자료작업을 통해 우선 '사이버 제주향토음식 박물관'을 먼저 개설할 생각이지만 너무 늦지 않게 박물관이 탄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향토음식분야가 무형문화재로 인정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양한 활동에 바쁜 시어머니를 둔 탓에 학원의 살림살이는 며느리 수경씨가 도맡고 있다. 그는 "어머니는 요리연구가로서나 개인적으로나 존경스러울 뿐"이라며 "요리는 배우면 배울수로 어렵고 끝이 없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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