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를잇는사람들](12)미용사 현경애·김호진 모자

[代를잇는사람들](12)미용사 현경애·김호진 모자
"어머니는 내 영원한 스승"
  • 입력 : 2008. 05.03(토) 00:00
  • 이현숙 기자 hslee@hallailbo.co.kr
  • 글자크기
  • 글자크기

▲김호진씨에게는 어머니 현경애씨가 든든한 후원군이다. 현씨가 미용실을 찾은 고객의 머리를 손질해 주면서 요령을 설명해 주고 있다. /사진=김명선기자

미용사 어머니 따라 같은 길 선택
"자긍심과 봉사정신도 함께 배워요"


어릴적 동네 한켠에는 조그만 미용실이 있었다. 미닫이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쪽 면을 꽉 채운 거울이 먼저 눈에 띄었다. 그 앞에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의자 몇개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날카로운 가위와 머리인두 일명'고데기' 몇개. 퍼머를 하는 엄마를 따라가 그 회전의자를 빙빙 돌리며 놀았는데 너무 돌리면 '툭'하고 떨어져 미용사 아줌마에게 혼 나기도 했다. 요즘엔 최첨단 미용기구에 화려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미용실이 많지만 예나 지금이나 미용실은 동네 여인들에겐 사랑방, 아이들에겐 선망의 장소다.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현경애씨(42)가 일을 시작한 것은 20여년전. 꾸미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미용실에서 10여년동안 근무했고 10년전 자신의 이름을 건 미용실 문을 열었다.

아들 김호진씨(20)는 현재 관광대 뷰티디자인과에 다니고 있다. 김씨가 자신의 미래에 대한 꿈을 미용사로 정한 것은 중학교 3학년때부터.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작됐다. 공부하는 시간보다 엄마의 미용실에서 지켜보는 시간이 더 많았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을 데리고 가 머리를 매만져 주기도 했다. 아들은 고등학교때부터 여느 미용사 지망생이 그렇듯 주말·휴일에는 미용실 청소, 머리카락 말리기, 머리 감겨주기 등으로 단계를 밟아가면서 미용사 스텝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처음엔 아들의 행동에 탐탁치 않았던 엄마도 아들의 이런 정성에 '확실히 밀어주자'고 마음을 정했다. "엄마입장에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감각도 어느정도 있고 재능도 없진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이왕 하려면 힘들더라도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헤어 디자이너는 아무나 할수는 없는 일 이잖아요. 손끝으로 머리끝을 창조해내는 예술가라고 할까요? 제가 더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가 많아요. 그래서 아들이 이 분야에서 더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면 외국에도 보내줄 생각도 있어요. 물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일때 말이죠"

현씨는 요양원을 한달에 한번 정도 찾아 미용봉사활동도 펼쳐오고 있다. "처음에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의기투합해 시작하기로 했지만 점점 참여하는 이들이 줄어들다보니 한계에 부닥치기도 했어요. 하지만 다시 시작해 요즘엔 한달에 한번은 꼭 동광요양원을 찾아가려고 합니다." 앞으로는 아들과 의논해 함께 데려갈 마음도 있다.

아들 김씨는 "아주 어릴땐 엄마가 남들이 노는날 더 바쁘셔서 속상할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친구들에게도 부러움의 대상이죠. 언제든지 실습을 할 수 있고 가르침과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이들 모자를 만나는 동안 '대를 잇는 사람들'보다는 '대를 이을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이 엄마의 미용기술과 더불어 엄마의 자긍심과 봉사하는 마음도 꼭 이어가기를 기대해본다.

※독자 여러분들이 직접 추천해주세요. 주변에 가업을 잇거나 대를 이어 일을 하는 이들을 알고 계시면 연락바랍니다. 한라일보 사회부 750-2232, 011-9110-8084.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498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