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를잇는사람들](37)해운대가든 김기년·강봉호씨 모자

[代를잇는사람들](37)해운대가든 김기년·강봉호씨 모자
40년 정성 지금도 고스란히
  • 입력 : 2008. 11.15(토) 00:00
  • 문미숙 기자 msmoo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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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가까이 한결같은 갈비맛을 고집하고 있는 김기년-강봉호씨 모자는 "신선한 재료를 골라 정성을 보태는 것이 맛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사진=김명선기자

'고바우갈비'로 시작… 5년전 현재 자리로
제대 후 복학 앞두고 일 거들다 가업 이어
"신선 재료에 정성 다하는 것이 인기 비결"


'갈비', 예나 지금이나 서민들이 단골 외식메뉴로 꼽는 한 가지다. 그 갈비로 40년 가까이 손님과 만나는 이가 있다.

서귀포시 호근동 해운대가든의 김기년 할머니(70)와 아들인 강봉호 대표(47)다. 식당으로 들어서자마자 한 눈에 들어오는 푸른 바다와 범섬, 문섬의 그림같은 경치에 입보다 눈이 먼저 즐거워진다.

김 할머니가 서귀포시 송산동 솔동산에 갈비전문식당인 '고바우갈비'를 차린 건 1970년이다. 그 후로 몇 군데 장소를 옮기고 간판을 바꿔달다 2003년 현재의 위치에 자리잡았다.

"1970년대만 해도 '갈비'는 꽤 고급음식이었고 갈비집도 손으로 꼽을 정도였어요. 정직하게 손님들을 맞은 덕에 갈비맛을 보겠다며 찾는 손님들이 이어졌고, 그 덕에 오늘에 이르게 됐죠."

강 대표는 군대 제대후 대학 복학을 앞두고 바쁜 어머니 일손을 거들기 시작한 것이 23년째 어머니의 손맛을 잇는 계기가 됐다.

해운대가든이 자랑하는 대표메뉴의 하나인 돼지갈비는 독특한 맛의 비결이 있다고 했다. 오랫동안 양념에 재워두지 않고, 과일즙 등 천연재료만으로 만든 양념에 갓 버무려 맛을 내는 것이다. 김 할머니가 직접 구워서 내주는 갈비를 한 점 입에 넣으니 쫀득쫀득하면서도 부드러운 육질이 입안 가득 퍼진다.

그 갈비맛은 당연히 하루 아침에 탄생하지 않았다. 김 할머니가 그 맛을 찾기까지는 오랜 경험과 연구 노력이 있었고, 때론 다른 식당의 갈비맛을 보러 다니기도 했다. 그런 정성 탓일까? 70년대 갈비집에서부터 드나들던 단골들이 이제는 손자손녀를 데리고 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맛이다. 그 비결이 뭐냐"고 묻곤 한다.

"경기도 파주에 사는 한 양반은 우리집에 와서 갈비 양념 비법을 배우고 갔는데, 그 곳서 해운대 갈비란 간판을 내걸었어요." '식당의 일급비밀인 손맛의 비결을 어떻게 다른사람에게 알려줄 수 있느냐?'는 물음에 '제주도가 아닌 다른지방 사람이라 괜찮다'는 김 할머니의 답이 돌아온다.

오랜 세월 식당을 꾸려오는 동안 메뉴도 달라졌다. 외식업이란 한 우물만을 파왔지만 지역손님들만으론 한계가 있었고,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여 갈비를 주메뉴로 해물탕, 갈치조림, 고등어조림, 전복죽, 흑돼지구이 등으로 다양화했다. 이제 식당을 찾는 손님의 70%는 입소문과 인터넷으로 정보를 알고 찾아오는 관광객들이다.

"지역 손님들은 물론이고 제주에 관광온 이들이 우리 식당에서 음식에 대한 즐거운 추억거리를 더 안고 간다면 그 이상의 즐거움이 있겠어요?"(김 할머니)

"어머니가 키워온 가업을 잇는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이 무엇보다 크지요."(강 대표)

이렇듯 가업을 잇는다는 자부심이 남다른 강 대표지만 아쉬움도 크다고 했다. 중소기업 강국인 일본과 독일의 경우 장인정신으로 가업을 승계하는 기업에 대해 상속세 감면 등의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에 견주면 지원책이 극히 미미하다며 가업 승계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이 있었으면 한다는 강 대표다.

"남이 아닌 내 가족이 먹을 음식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신선한 재료를 엄선해 정성을 다하는 것 이상이 있겠어요."

어려운 경기를 가장 먼저 체감한다는 게 외식업계다. 장소를 수 차례 옮기면서도 40년 가까운 세월동안 대를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은 이렇듯 가까운 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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