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고등학교 후배가 오랜만에 전화를 했다. 7년 전 건강검진에서 혈뇨가 발견돼 정밀검사를 했더니 방광암이라고 하니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상담했던 후배였다. 건강이 어떤지 물어봤더니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고 이후 면역관문억제항체를 주사로 맞으며 재발 없이 회사도 잘 경영하고 있다고 했다.
방광암 환자는 자주는 아니지만 드물지 않게 있다. 다른 고형암들처럼 방광암도 조기에 수술로 병소를 완전히 제거하면 완치 가능성이 높지만 초기에 적절하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암이 점점 자라면서 방광 벽을 뚫고 나갈 뿐만 아니라 주변의 림프절이나 다른 장기로 전이를 일으킨다. 방광벽은 점막층, 점막하층, 근육층, 장막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혈관과 림프관이 풍부한 근육층에 암세포가 침범하면 전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조기 방광암은 근육층을 침범한 암(T2)과 아직 침범하지 않은 암(T0·T1)으로 엄격히 구분한다. 이 둘 은 서로 예후가 크게 차이가 나며, 치료 방침이 다르다.
근육층의 침범여부는 뇨도를 통해서 방광 속에 특별한 기구를 넣어 암 병소를 제거하는 치료법이자 검사방법인 경요도방광절제술(transurethral bladder tumor resection, TURBT)을 통해서 결정된다. 림프절이나 원격 전이가 없는 T0·T1 조기 방광암은 TURBT로 방광 내부의 병소를 제거한 뒤 재발 위험이 높으면 방광에 BCG나 항암화학제를 넣어주는 치료를 한다. 한편 근육층을 침범한 방광암은 방광절제술이 기본 치료이며, 생존기간 연장과 재발률 감소를 위해 선행항암치료나 수술 전후 항암치료를 시행한다. 최근에는 면역관문억제항체가 1차 치료로 권장되고 있다.
빨간 소변의 원인은 혈뇨뿐 아니라 리팜피신 복용, 비트 섭취, 용혈성빈혈 등 다양하다. 혈뇨는 신장부터 방광, 요도까지 소변이 지나가는 어느 부위에서든 발생하며, 육안적 혈뇨와 미세혈뇨로 구분한다. 원인도 결석, 감염, 전립선비대나 염증, 사구체염, 다낭성신질환, 항혈소판제 또는 항응고제 복용, 과도한 운동, 외상, 암을 포함한 종양 등 다양하다.
혈뇨는 방광암을 진단하는 중요한 초기 단서이므로 혈뇨가 있으면 방광암과 신장암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방광경검사와 CT촬영을 권고한다. 특히 육안적 혈뇨는 암일 가능성이 높아 TURBT와 신장이 포함된 CT촬영을 시행한다. 반면 건강검진에서 발견되는 무증상 미세혈뇨는 비뇨기계 암 가능성이 낮아 2020년 미국비뇨기과학회는 60세 이상 남성, 30갑년 이상 흡연력, 소변 내 적혈구 25개 이상 등 고위험군에 한해 즉시 방광경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이외에 가족암인 린치증후군, 골반 방사선치료 병력, 벤젠이나 방향족 아민 등을 다루는 직업군도 고위험군에 포함된다. 나이가 들고 혈뇨가 발생했다면 즉시 비뇨기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료를 받아야 한다. <한치화 제주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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