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산간 지역에 많은 눈이 내린 가운데 윗세오름을 찾은 등산객들이 설원의 풍경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한라일보 DB
1994년 50만여명서 15년 만에 갑절로등반문화 변질… 총량제도 유야무야國公외곽 등 활용 분산책 검토할 때
세계자연유산 한라산국립공원이 인산인해다. 성판악 진입로인 5·16도로 등 주요 진입로는 주차전쟁을 방불케 한다. 빠르면 올해 처음으로 한라산 탐방객 1백만명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산악계에서는 행정기관부터 '등반'이라는 용어를 '탐방'으로 바꾸어 부르는가 하면 한라산 등반문화가 운동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는 현상에 우려의 소리를 내고 있다. 김태환 지사가 검토 지시한 총량제는 유야무야되고 있다.
국립공원내 어리목·영실·성판악 코스로 집중되는 탐방객의 분산과 더불어 국립공원 외곽으로 탐방객을 유도하는 등의 종합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급증하는 탐방객=한라산 탐방객은 지난 197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급속하게 증가해 왔다. 1980년에 8만8802명이 공원을 찾았으나 1990년 36만8867명, 1994년에는 50만1240명으로 처음으로 50만명 시대를 열었다. 이후 2005년 73만4238명, 2007년 80만4887명에서 지난해에는 92만5686명으로 1년새 무려 15%나 급증했다.
한라산국립공원측은 올해 탐방객을 95만명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으나 지난해 증가 추세를 보면 1백만명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등반로별 집중현상=한라산 탐방객은 현재 4개의 코스 가운데 어리목과 성판악, 영실에 집중되고 있다. 2008년말 기준으로 어리목 37.5%, 성판악 30%, 영실 26.8%, 관음사 5.7% 순이다.
한라산 탐방객의 적정 수용능력에 대한 의문은 아직도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 제시된 '한라산 탐방객 적정수용관리 용역' 보고서도 가장 관심을 모았던 생태적 수용력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에 대해서는 제시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문화재청과 중앙문화재위원, 생태전문가들은 "수용력 평가는 생태적 수용력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시간, 장소, 코스별 생태수용력이 제시돼야 하고 이를 통해 관리시스템이 마련돼야 하는데도 이런 내용들이 제시되지 않은 것은 용역의 본질과도 다른 것"이라고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했다.
▶종합대책 필요=수용력을 초과 할 때 탐방객 통제정책의 유형에 대한 조사결과 자연휴식년제(48.7%)를 가장 선호하고, 다음으로 자율적 분산유도 17.7%, 휴식일제 16.6%, 탐방예약제 9.7%, 성수기 시설요금 차등화 3.6%, 혼잡구간 요금 징수제 등 순으로 제시됐다.
2010년부터 재개방될 예정인 돈내코 코스의 탐방객 분산 효과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정상인 백록담과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도 정상정복 욕구가 강력한 한국의 등반문화에서는 그다지 높은 코스이용률을 보여주지 않을 것이라는게 환경단체의 지적이다.
산악인들은 탐방과 운동수단으로 변질되어가는 등반문화를 극복할 수 있는 대책을 주문한다. 운동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방안과 트레킹 코스를 과거에 이용되었던 옛길 등을 중심으로 국공 외곽에 적극 검토할 때라는 지적이다.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세계자연유산으로서 '한라산'을 잘 보전하고 관리할 것인지와 더불어 정상정복에 집중된 등반행태를 다양한 자연탐방문화로 바꾸는 방안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