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행]탐라국입춘굿놀이

[테마기행]탐라국입춘굿놀이
언 땅 녹으면 '새철 드는 날' 맞으러 가세
  • 입력 : 2009. 01.31(토)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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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4일은 새해 첫 절기인 입춘. 옛 제주사람들은 입춘을 '새철 드는 날'로 부르며 신명난 풍농굿으로 새봄을 맞았다. /사진=한라일보DB

내달 4일 새해 첫 절기 立春

'입춘굿놀이' 무사안녕 기원



언 땅이 풀린다. 이 겨울 지나면 봄이다. 손과 발을 꽁꽁 얼게 만드는 찬바람도 한 때다. 푸릇푸릇 싹이 돋고 여기저기 꽃망울 터지는 소리가 곧 들려올 것이다. 끝모를 어둠도, 슬픔도 없다. 계절의 변화는 그렇듯 우리에게 조용한 가르침을 준다.

새해 첫 절기인 입춘이 다가온다. 2월 4일은 입춘(立春). 제주에선 '새철 드는 날'로 입춘을 불렀다. 새철 드는 날은 농사의 세시로 볼 때 봄을 준비하는 날이자 1년 농사의 채비를 하는 날이다.

제주섬에는 묵은 해의 마지막 절기인 대한과 새철 드는 입춘 사이에 신구간 풍습이 있다. 제주특유의 세시풍속이다. 신구간은 신구세관(新舊歲官)이 갈리는 기간이란 뜻이다. 제주사람들은 신구간을 묵은 해에 지상에 내려와 인간을 지키던 1만8천 신들이 하늘로 올라가고, 새해에 새로 부임한 1만8천 신들이 지상에 내려오기전 신들이 부재하는 기간이라 믿었다. 신구간에 제주섬 사람들은 집을 고치고 이사를 하며 새봄맞이 단장을 한다. 신이 잠시 자리를 비운 기간이어서 물건을 옮기고 집안을 수리해도 동티가 나지 않는다고 여겼다.

▲지난해 제주목관아에서 펼쳐진 행사,

신구간이 끝나면 하늘의 1만8천 신들이 지상으로 내려와 새해의 일을 시작하게 된다. 비로소 이 땅에 새봄이 들어서는 입춘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제주섬의 새봄은 풍농굿으로 열렸다. 입춘굿이다. 조선시대의 기록을 보면 입춘굿은 탐라왕이 소를 끌며 쟁기를 잡고 몸소 밭을 가는 풍습이 전해온 것이라 했다. 제주사람들은 신구간에 집안 단속을 하고 입춘날이 되면 모두 관덕정으로 나가 새봄맞이 입춘굿을 구경하며 액땜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제주목사는 입춘날 관덕정 마당에 제주 전 지역의 심방을 불러 탐라 시대부터 이어온 풍농굿을 마련했다. 새로 부임한 1만8천신들을 청해 대접하면서 탐라 백성들의 한 해 농사가 잘되기를 빌었다.

19세기 이원조 목사의 '탐라록'에는 입춘굿 기록이 나온다. "호장(향리의 수석)은 관복을 입고 나무로 만든 목우가 끄는 쟁기를 잡고 가면 양쪽 좌우에 어린 기생이 부채를 흔들며 따른다. 이를 쉐몰이(退牛)라 한다. 심방들은 신명나게 북을 치며 앞에서 인도하는데, 먼저 객사로부터 시작해 차례로 관덕정 마당으로 들어와서 밭을 가는 모양을 흉내내었다. 이날은 본 관아로부터 음식을 차려 모두에게 대접하였다. 이것은 탐라왕이 적전(籍田)하는 풍속이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화려한 거리굿을 벌이며 한 해의 풍농을 기원하던 풍습은 일제강점기 들어 맥이 끊겼다. 해방후 일어난 제주4·3과 같은 엄청난 비극 때문인지 입춘굿은 복원될 기회를 놓쳤다. 신분이나 연령을 가리지 않고 한데 어울려 놀았던 신명난 굿판은 그렇게 잊혀지는 듯 했다.

▲지난해 제주시 관덕정 앞마당에서 펼쳐진 탐라국입춘굿놀이.

하지만 21세기로 향하는 길목에서 입춘굿은 다시 피어난다. 1999년은 각별한 해였다. 입춘굿을 복원한 '탐라국 입춘굿놀이'가 그해 2월에 시작됐다. 외부의 세력에 의해 발생된 문화단절의 틈새를 메우고 올곧게 제주와 제주인의 정신을 복원하려는 시도였다.

현 시대에 맞게 내용과 틀을 짜임새 있게 하면서 그 맥을 이어가고 있는 입춘굿놀이는 대동정신의 굿놀이속에 농경사회를 살았던 옛 사람들의 따스한 인정과 고운 풍습을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다. 11회째를 맞는 2009탐라국 입춘굿놀이는 입춘 이틀뒤인 2월 6일부터 7일까지 펼쳐진다.

낭쉐의 힘찬 걸음으로 새봄맞이

다음달 6~7일 2009탐라국입춘굿놀이…낭쉐몰이·입춘굿·전통문화 체험 마련


▲탐라국 입춘굿놀이의 상징인 낭쉐. 소의 해를 맞아 열리는 이번 행사는 그래서 더욱 뜻깊다. 소의 힘찬 걸음마다 제주사회에도 만복이 깃들기를 기대한다. 오는 2월6일과 7일 제주시 목관아와 제주시청 일대에서 펼쳐진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펼쳐지는 새봄맞이 축제인 2009탐라국 입춘굿놀이는 어느때보다 뜻깊다. 소의 해(己丑年)이기 때문이다. 입춘굿놀이의 상징인 낭쉐(木牛)가 힘찬 걸음을 내딛는다.

제주시가 주최하고 제주민예총이 주관하는 탐라국 입춘굿놀이는 올해로 11회째를 맞는다. 입춘 전야와 입춘날 행사를 치렀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입춘이 지난 주말에 입춘굿놀이가 펼쳐진다. 2월 6~7일 이틀동안 제주시 관덕정 마당, 제주목관아, 제주시청 일대에서 행사가 진행된다.

낭쉐는 탐라왕이 백성들 앞에서 직접 밭을 갈아 농사를 짓던 '입춘춘경(立春春耕)'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다. 낭쉐는 탐라왕이 끌던 신성한 소이자 소의 신이며 농경신의 하나다. 낭쉐코사, 낭쉐몰이는 입춘굿놀이의 시작을 알린다.

낭쉐코사는 입춘 전날 낭쉐를 만들고 금줄을 쳐서 부정을 막는 고사를 말한다. 낭쉐코사는 정성을 다해 나무로 만든 소를 신성한 소로 만드는 의식이다. 낭쉐를 만들기 전에 앞고사를 지내고, 낭쉐가 완성된 뒤에는 금줄을 친 뒤 잡인의 출입을 막아 막고사를 한다.

낭쉐몰이는 제주의 거리굿 축제다. 제주시청 광장에서 목관아까지 거리행렬을 이루며 새해 새철을 알리고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게 된다. 걸궁패가 울리는 쇠북소리는 잡귀와 부정을 쫓는 정화의례다. 낭쉐몰이가 끝난 뒤에는 제주목관아에 낭쉐를 모시고 대동놀이를 펼친다.

올해 입춘굿놀이는 2월 6일 오후 5시 제주시청 현관에서 열리는 낭쉐코사로 막이 오른다. 낭쉐몰이, 낭쉐모시기, 대동놀이, 먹거리마당이 차례로 이어진다. 이들 프로그램은 열림굿으로 이름붙였다. 2월 7일엔 본굿이 마련된다. 12개 읍면동 풍물패가 참여해 거리와 골목을 돌며 거리도청제를 벌인다. 오전 11시에는 관덕정에서 초감제, 석살림,불도맞이굿 등으로 입춘굿을 실시한다. 제주목관아 홍화각에서는 오후1시부터 세경놀이, 줄타기, 판소리마당, 가야금 산조 등 축하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오후3시에는 관덕정 마당에서 입춘탈굿놀이를 볼 수 있다.

부대행사와 전통문화한마당도 다채롭다. 입춘국수가 무료로 제공되는 것을 비롯해 문화상품 판매, 아나바다 장터, 얼굴 그리기, 가훈쓰기, 신년운수, 춘첩그리기, 서예퍼포먼스, 입춘 시(詩) 전시, 빙떡 만들기 체험, 다도 체험, 탈 만들기, 꼬마낭쉐만들기, 탈 만들기, 널뛰기, 바람개비 만들기, 투호던지가, 콩주머니 던지기 등이 준비됐다.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한층 늘었다.

제주민예총은 "축제를 찾은 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대동의 프로그램으로 신명의 장을 만들어내고 싶다"면서 "젊은층과 관광객들이 제주 입춘 풍습의 의미를 새기고 제주 민속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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