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사는 법](14)제주면허시험장 의사 장운삼 박사

[이 사람이 사는 법](14)제주면허시험장 의사 장운삼 박사
한국戰 이후 60년째 의사 선생님
  • 입력 : 2009. 04.11(토) 00:00
  • 조상윤 기자 sycho@hallailbo.co.kr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장운삼 박사는 80이 넘는 나이에도 매일 운전면허를 취득하거나 면허를 경신하러 오는 응시자들을 만난다. /사진=강희만기자 hmkang@hallailbo.co.kr

6·25 당시 군의관… 대통령주치의 지내
1979년 나사로병원 근무하며 제주 정착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에 병원이 있다. 굳이 번지를 따지자면 제주운전면허시험장내에 있다.

이 곳 소길의원의 원장이 바로 장운삼 박사(85). 적성검사를 받으러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눈·귀에 이상이 있나 없나를 통해 운전여부를 판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운전면허를 취득하거나 면허를 경신하러 면허시험장을 찾았을 때 한번쯤은 봤을 법한 얼굴이다.

1924년 황해도 재령 출신인 장 원장은 올해로 청진기를 잡은 지 60년, 제주에 뿌리를 내린 지 30년이 흘렀다.

시간을 되돌리면 장 원장은 1945년 월남하고 1949년 서울대를 졸업한 이후 곧바로 이듬해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군에 발을 디뎠다. 1972년 대령으로 예편때까지 22년간 군의관으로 활동했다.

장 원장의 이력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제주와의 인연은 제주지역 첫 민간병원인 나사로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면서 시작됐다. 1979년 부터 약 10년간, 이후 제주보건소에서 한 6년쯤 있었다.

제주에 오기전에는 포항, 마산 등지에서 병원을 개설해 정상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산파역을 맡았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현재 기록에는 남아 있지 않지만 대통령 주치의로도 활동했었다. 그래서인지 그 누구도 장 원장이 고 박정희 전대통령의 주치인줄 모른다.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만 알고 있었다. 그것도 자세히는 모르고 입소문으로만 전해져 오고 있다.

장 원장은 대통령 주치의에 대한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1970년 수도육군병원장 재임시 청와대까지 관할하는 책임이 있었다. '청와대병원'이라고도 불렸다. 선배(지홍창)가 주치의였는데 그만두시겠다고 하자 후임을 임명하지 않은채 놔두고 장 원장에게 주치의 임무를 그대로 맡겼다는 얘기다. 당시 박 대통령이 말동무하고 건강도 체크하고 그렇게 1~2년 정도 지냈다.

"가장 애국적인 대통령으로 남아 있어요. 경부고속도로 개통에 따른 테이프를 끊고 한걸음에 달려와서는 "장 박사, 고속도로 못달려봤지?"하고 물었어요". 당연히 일국의 대통령이 처음 달려본 길을 먼저 달릴 수 없었던 것이니까요. 갖은 반대를 무릎쓰고 어렵게 개통한 사실에 대해 무척 흥분해 하고 있는 걸 느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 나라을 위해 다방면으로 근심걱정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고 30여년전의 일을 어제일처럼 털어놓았다.

예편후 마산수출자유지역에서 나랏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근로자들을 위한 병원을 운영했다. 포항에서도 종교단체의 병원을 운영하는 등 서울을 떠난 장 원장은 남으로, 남으로 남하했다. 포항 근무당시 군인들이 전쟁보다 더 많은 희생의 원인인 결핵을 퇴치하기 위해 1년 가량 미국에서 공부도 했다.

마침내 종착역이라고 할 수 있는 제주.

"선배 한 분이 제주에서 일하지 않겠나고 해서 1979년 당시 나사로병원 문종후 원장을 만났다"는 장 원장은 이후 줄곧 제주를 지키고 있다. 1980년대 병원이 몇 되지 않았던 지역실정상 나사로병원에서 장 원장의 진료를 받았던 사람들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부친이 살아계셨을때 잘하는 것보다 조심하는게 더욱 중요하다는 얘기를 했다. 돈과 관직 등에 집착하지 말라고 했다"는 얘기를 하며 물욕이 없는 자신의 현재 삶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결국 의사란 직업을 갖고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누릴 수도 있었던 그였지만 모든 것에 집착하지 않고 인술을 베푸는데만 평생을 투자한 셈이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418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