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투어(Geo-Tour)시대 열린다/제주를 세계지질공원으로](8)제주 지질공원 후보지

[지오투어(Geo-Tour)시대 열린다/제주를 세계지질공원으로](8)제주 지질공원 후보지
제주 지질공원 자격… 잠재력 높지만 과제 많아
  • 입력 : 2009. 04.15(수)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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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로부터 세계지질공원 후보지인 한라산·만장굴·성산일출봉. /사진=한라일보DB

국내외 전문가 답사 지질공원 신청 후보지 검토
유산지구·천지연·주상절리·수월봉·산방산 등
학술자료·관리상태·종합평가 거쳐 신청지 확정


제주는 세계지질공원의 지위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이 물음에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적어도 제주섬 곳곳에 산재한 화산지질자원은 세계적 수준의 지질유산이며 제주는 지질다양성의 섬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국제적인 지질유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질공원의 지위에 충분히 도달하기는 어렵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Global Geo Park Network)으로 회원자격을 부여받기 위해서는 지질학적 가치 뿐만 아니라 관리기구의 확립, 주민과 연계하는 지질프로그램, 전문가 그룹의 확보 등 선결과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 섬전체 차원 접근해야 성과

제주특별자치도는 2008년 5월 세계지질공원 추진을 위한 자문을 받기 위해 영국의 패트릭 맥키버(Patrick McKeever) 박사를 초청했다. 맥키버 박사는 현재 세계자연유산의 실시를 담당하고 있을 정도로 국제적으로 저명한 지질학자이며, 유럽에서 시작된 지질공원이라는 프로그램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그는 이 때 성산일출봉과 만장굴, 산굼부리, 서귀포시 해안, 주상절리대, 송악산, 산방산, 제주 돌문화공원, 송악산, 사람발자국 화석산지, 수월봉, 한림공원을 차례로 둘러본 뒤 소감을 피력했다.

"제주도는 지질학적으로 참으로 특별한 곳이다. 세계지질공원 네트워크 내에는 화산 유산에 기반을 둔 다른 지질공원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중국 해남도와 독일의 불칸아이펠이 있다. 그러나 제주도는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것과 중복되지 않으면서 중국이나 독일 지역에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있다. 한라산 정상의 멋진 모습과 수많은 오름들은 세계지질공원 네트워크에 경쟁할 대상이 없다. 더욱이 세계자연유산에 해당되는 지역들은 제주도 지질유산의 세계적인 가치를 명백하게 증명해 보이는 근거가 된다."

맥키버 박사의 평가는 매우 고무적인 것이었다. 그는 "제주도가 화산활동으로 인한 풍부하고 다양하며 세계적 수준의 지질유산을 가지고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지질유산의 완전성의 관점에서 볼 때 세계지질공원 네트워크의 회원이 될 잠재력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고 했다. 또 "제주도의 경우, 섬 전체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가장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그의 평가는 제주도 당국은 물론 관련 전문가들에게 많은 자신감을 주었다. 한편으로는 제주의 어떤 곳들을 세계지질공원으로 추진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도 함께 주어졌다. 이는 제주섬 전체를 대상으로 추진할 것인가, 아니면 특정 공간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였다. 그렇다면 제주의 세계지질공원은 어떤 곳을 대상으로 추진되고 있는가.

▲사진 위로부터 세계지질공원 후보지인 천지연폭포·지삿개 주상절리. /사진=한라일보DB

# 후보지 선정 한계 노출

제주자치도와 전문가그룹은 숱한 논의 끝에 제주 세계지질공원 후보지 선정을 위한 가이드 라인을 마련했다. 지질공원의 후보지역으로 고려할 기준으로는 우선 가장 높은 가치로 지질학적 가치로 두고 신청지역이 서로 다른 지질학적 가치와 지질다양성을 나타낼 수 있도록 고려했다. 이 외에도 신청지역이 갖는 문화, 역사, 고고학, 생물학적 가치도 포함시켰다. 또한 중요한 기준으로 이 지역이 현재 천연기념물이나 지방문화재, 국립공원 등으로 잘 보호되고 있는지, 그리고 토지의 소유 주체도 고려 대상으로 삼았다.

이를 토대로 후보지역은 학술자료와 관리상태, 종합평가를 통해 선정됐다. 제주자치도와 전문가그룹은 이러한 기준을 적용해 제주에서 지질공원으로 신청을 고려할 수 있는 곳으로 모두 21개 지역이 검토했다. 이 가운데 3개 지역은 신청지역으로서의 자격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이런 선정기준에 의한 평가과정을 거친 끝에 제1단계로 추진할 것으로 추천된 지역은 현재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만장굴을 비롯해 산방산/용머리해안, 수월봉, 대포동 지삿개 주상절리, 서귀포층/천지연폭포 등 모두 7개 지역으로 압축됐다. 1단계 신청지역으로 세계자연유산지구가 포함된 것은 그 자체 만으로도 당연히 신청자격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세계자연유산지구가 지질공원으로 신청될 경우, 가산점도 부여되는 점도 고려됐다.

하지만 이런 평가는 객관적인 선정기준을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내 여러 지역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자문, 지역사회의 의견수렴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제한적이었을뿐만 아니라 각 지역에 대한 학술적 자료 등 여러 자료가 부족했기 때문에 일정부분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었다. 이 점은 평가에 참여했던 전문가그룹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사진 위로부터 세계지질공원 후보지인 산방산·수월봉. /사진=한라일보DB



['BIG 3' 트리플크라운]세계유산·생물권·지질공원 세계 최초

본지, 2004년부터 지질관광 본격 조명…道, 보전·주민 소득·관광 활성화 접목


제주특별자치도가 생물권보전지역(Man and Biosphere Reserve), 세계자연유산(World Natural Heritage) 등재에 이어 세계지질공원(Global Geo Park Network)까지 유네스코가 직·간접으로 관여하고 있는 '빅3' 유산 등재라는 '트리플 크라운' 위업을 달성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제주가 세계지질공원 자격까지 얻게 된다면 아마도 세계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제주자치도가 세계지질공원 추진을 공식화한 것은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확정된 직후인 2007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에 앞서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추진하던 시기부터 세계지질공원 인증의 필요성을 느끼고 전문가 자문을 받기 시작했다.

한라일보가 세계지질공원과 지오투어를 본격 취재하기 시작한 것은 이보다 훨씬 전인 2004년부터다. 당시 취재진은 100여년전 독일출신의 지질학자이자 언론인인 겐테 박사가 머나먼 이국땅 제주와 한라산을 탐사, 유럽에 전했던 것처럼 2004년 9월15일부터 23일까지 9일간 독일 화산지대인 불칸아이펠을 탐사하고 그 내용을 집중보도했다.

취재진이 당시 불칸아이펠을 탐사보도한 시점은 유럽지질공원(2000년 6월)에 이어 세계지질공원 네트워크가 출범(2004년 2월)한 직후였다. 불칸아이펠은 유럽지질공원에 이어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은 세계적 명소이며 이미 지오투어를 통해 수백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불칸아이펠은 최근 제주 세계지질공원의 모델케이스로 조명받고 있다. 본지는 이후 세계자연유산 해외취재를 통해서도 지질관광에 주목하며 활성화 사례를 집중보도했다.

제주자치도가 세계지질공원에 주목하는 것은 그 파급효과 때문이다. 이미 알려진대로 세계자연유산은 보전과 관리를 가장 중요시한다. 하지만 세계자연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정부와 주민들은 뛰어난 자연유산지구를 이용해 관광 활성화를 기대한다. 이런 취지와 목적을 갖고 출발한 것이 바로 유네스코에서 '인증'(endorse)하고 있는 프로그램인 세계지질공원이다.

제주자치도는 2007년 각계 전문가로 '세계지질공원 TF팀'을 구성, 지질자원의 보전과 생태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2008년 5월에는 영국 출신의 패트릭 맥키버 박사를 초청, 후보지 선정을 위한 국내·외 전문가 현장조사가 이뤄졌다. 6월에는 독일 오스나브뤼크에서 열린 제3차 국제지질공원회의에 참석, 국제사회의 동향과 세계지질공원 인증에 필요한 정보 파악에 나섰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08년 8월말 세계지질공원 기초학술조사보고서가 완료됐다. 이를 토대로 세계지질공원 신청 대상지로 세계자연유산 등재 지역과 산방산 및 용머리해안, 수월봉, 주상절리대, 천지연폭포 등 7개 지역으로 가닥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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