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사는 법](20)'바보 도예가' 황영진씨

[이 사람이 사는 법](20)'바보 도예가' 황영진씨
"도자예술은 처음과 끝이 없는 작업"
  • 입력 : 2009. 06.06(토) 00:00
  • 위영석 기자 yswi@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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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을 위한 예술을 하고 싶다는 황영진씨는 작품전시도 틀에 갇힌 캘러리에서 하지 않고 찻집이나 카페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사진=이승철기자

틀에 갇힌 예술 거부… 전시도 찻집에서
현대미술대전 금상 수상 등 화력한 이력


얼마전 서거한 故 노무현 전대통령. 시류에 영합하기를 싫어하는 그를 우리는 '바보 노무현'이라고 불렀다. 제주에도 관객과 소통하지 않는 예술계를 떠나 '바보'처럼 살아가는 도예가가 있다. (사)제주문화포럼에서 도예지도 교사를 맡고 있는 황영진(39)씨다.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계명대 공예학과와 명지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경기도 광주에서 40여년 동안 전통 도자기를 만들어온 백담 이광 선생으로부터 분청을 사사(師事)했다. 또 직접 '토리도자공방'을 설립해 운영하기도 했다. 수상경력도 1993년 경기도 공예품경진대회 입선을 시작으로 1996년 전국 공예품 경진대회 국무총리상, 1997년 현대미술대전 은상, 2001년 제1회 세계 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 동상, 2003년 현대미술대전 금상 등 손으로 꼽을 수도 없다.

이런 그가 왜 지난 2004년 서울을 떠나 제주에서 바보처럼 살고 있을까. 바로 관객을 위한 예술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도자예술을 처음과 끝이 없는 작업"이라고 말하는 그는 틀에 갇힌 그 네들만의 전시도 싫었다. 그래서 그는 작품 전시도 갤러리 등에서 하지 않는다. 찻집이나 카페에서 한다. 비주류를 선택한 것이다. 도자를 선호하는 어르신들은 "육지 것"이라고 배척하기도 했다.

당연히 작품 판매는 시원치 않았다. 자신의 경력을 바탕으로 작품을 고가에 구입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부르는게 값이 될 수 있는 역량을 지녔다. 그러나 친분이 있는 사람, 그리고 칭찬하고 평가하는 특정인만의 거래를 거부했다. 아예 제주사람들에게는 그냥 주기도 한다. 그 사이 부인과 자녀들이 많이 아팠고 분신처럼 여겼던 가마도 팔았다. 공방도 줄였다.

"작품을 다시 만들면 되지 않느냐" 질문에 가마가 없어 그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낮에는 과일배달 부업을 한다. 주위에서 품위 떨어지게 그러느냐고 핀잔을 주지만 오히려 "제주를 알고 제주문화를 느끼며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며 주위의 시선을 개의치 않는다.

5년여 제주에 살면서 그는 도자예술에 대한 제주의 한계도 느꼈다. 도예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교육할 시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제주의 옹기문화도 제대로 계승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예를 알고 싶은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가 매일 식탁에 올라오는 친근감이 가는 도자예술을 실천하고 싶단다.

그래서 그는 한라대 부정숙 교수의 소개로 (사)제주문화포럼에서 도예지도에 나섰다. 그의 도예강의는 재미로 가득하다. 수강생들은 곡선미를 갖춘 육체 건강한 남성이면서 오목조목 틀림없는 한국적 멋이 자르르 흐르는 질그릇같은 사람이 남에게 퍼주는 그릇같은 강의를 한다고 평했다.

"제주사람이 너무 좋다"는 '바보 도예가' 황영진씨가 추구하는 소통하는 도예, 친숙한 도예가 자리잡아 제주도예문화의 주역을 맡을 때가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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