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사는 법](28)국악의 향기 보급하는 박성언씨

[이 사람이 사는 법](28)국악의 향기 보급하는 박성언씨
"전통음악 전도사 역할이 꿈"
  • 입력 : 2009. 08.01(토) 00:00
  • 최태경 기자 tkchoi@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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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전통음악을 접하게 된 피리 이수자 박성언씨가 피리를 불고 있다. /사진=이승철기자 sclee@hallailbo.co.kr

작년 피리·태평소 중요무형문화재 이수자 선정
방과후 학교서 청소년들 지도하며 '제2의 인생'


제주에 피리부는 사나이가 떴다.

도내 유일 중요무형문화재 제46호 피리 정악 및 대취타 (피리, 태평소) 이수자인 박성언(46)씨가 전통음악의 불모지인 제주에서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전공과 아무런 연관이 없던 그가 전통악기 분야에서 중요무형문화재 이수자가 되기까지 겪었던 시련은 향피리 소리를 통해 내뱉는 그의 숨결을 머금은 혼의 소리로 승화된다.

제주대 농업학과를 다니고 있던 그가 전통음악을 접하게 된 것은 탈춤연구회라는 동아리에 들어가면서부터다.

"탈춤동아리라 춤만 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전 춤출 때 악사역할을 했죠. 장구를 잡은 것이 그때였죠."

취미로 시작해서 취미로 끝날 것 같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점에서 금융기관까지 여러 직장을 전전 했다. 하지만 맞지 않는 옷을 입는 일은 너무 힘들었다.

오랜 방황끝에 36살이던 1996년 도립예술단 단원으로 들어갔다. 장구를 다시 잡게 된 것이다. 신나게 장구를 칠 때면 이 세상 모든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날려버릴 정도로 신이 났다. 하지만 단원생활 4년째로 접어들때 제주도 조례가 바뀌면서 도립예술단을 흡수해 합창단과 무용단, 관악합주단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민속놀이부에서는 그 준비단계로 당시 국립국악원 피리 부수석인 김정집 선생을 초청, 10일 정도 피리 연수를 받게 된다.

"운명이었다고 생각해요. 그 작은 피리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는 순간 첫눈에 반한 거죠. 정직함과 곧음이 드러나는 악기, 쭉쭉 뻗어나가는 그 소리에서 힘을 느꼈죠."

피리를 배우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불안한 미래를 위해 무엇이라도 해보자는 심산에서 시작한 것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국립국악원에 연이 닿아 시간이 날 때마다 피리를 배웠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역부족이었다. 그의 열정을 채우기엔 배움의 기회가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그에게 중대한 전환점이 생긴다. 피리정악과 대취타 보존회에서 전수받을 기회가 온 것이다. 2005년부터 만 4년 동안 중요무형문화재 제46호 예능보유자인 인간문화재 정재국 선생으로부터 사사받을 수 있게 됐고, 노력끝에 그는 지난해말 평가를 통과해 이수자가 됐다.

피리 부문 중요무형문화재 이수자로 제주사람은 단 2명 뿐. 하지만 도내에서 활동하는 이수자는 그가 유일하다.

그는 이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방과후 학교에서 청소년들에게 풍물을 가르치기도 하고, 때로는 지역문화계에서 풍물관련 경연대회를 연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꿈은 전통음악의 불모지인 제주에서 전통음악의 전도사 역할을 해내는 것이다.

"제주에서도 풍물은 많이 확산됐지만 제대로된 전통음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제가 그걸 하고픈 이들에게 지름길을 알려주고 싶어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전통음악을 위한 저변확대가 절실하다는 그는 중요무형문화재 이수자로서 해야 할 일을 조심스레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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