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사는 법](35)제주경마본부 여성기수 나유나씨

[이 사람이 사는 법](35)제주경마본부 여성기수 나유나씨
"기수와 말 하나될 때 좋은 결과 낳죠"
  • 입력 : 2009. 09.26(토) 00:00
  • 김성훈 기자 shkim@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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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와 말이 하나 될때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고 강조하는 나유나씨가 자신의 애마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승철기자

여성기수 최초 100승 · 대상경주 첫 우승
"'경마=사행성'이미지 씻지 못해 안타까워"


흔히들 승마를 가리켜 동물과 인간이 호흡을 맞추는 유일한 스포츠라 일컫는다. 더 나아가 경마는 동물과 인간이 하나가 되어 기록을 다투는 레저스포츠다. 특히 경마는 남성과 여성이 똑같은 조건을 갖고 경쟁을 벌여 더욱 매력적이다.

한국마사회 제주경마본부 소속 여성기수인 나유나(28)씨를 완연한 가을임이 느껴지는 추분날 아침에 만났다.

그녀는 매일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애마인 '망포의 꿈'과 함께 컨디션 조절과 훈련을 한다. 기수와 말 사이 조화가 경마에서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는 절대요소인 만큼 단 하루도 스킨십을 게을리할 수 없는게 기수의 기본이다.

그녀는 "기수와 말이 하나가 될때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게 되며 이는 곧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만큼 말과의 스킨십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고등학교때부터 경마와 기수에 관심을 갖고 있던 그녀는 대학생 시절 신문에서 우연히 접한 기수모집광고를 보고 곧바로 지원, 1년간의 기수후보생 훈련을 마쳐 2005년 7월 데뷔했다. 그녀는 데뷔후 4년여동안 통산 102승을 기록, 10여명의 동기들 가운데서도 세손가락안에 드는 명품질주를 하고 있다. 10번 경기에 나서면 한번은 1위로 골인하고 있다. 승률 10.6%.

그녀는 현재 두가지 '최초' 명예를 갖고 있다. 서울 부산 제주 등 3곳의 경마본부에서 활약중인 11명의 현직 여성기수는 물론 역대 여성기수 중 최초로 100승을 돌파했고 대상경기 최초 여성기수 우승자라는 영예를 안고 있다.

"여성기수는 아무래도 남성에 비해 힘이 부족하죠. 하지만 특유의 섬세함과 유연성이 상대적으로 우월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것 같다"고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한다. 하지만 그녀는 "동일조건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는 기수 세계에서 남녀구분은 무의미하다"며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내 자신이 부각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잘라 말했다.

어릴때 꿈이 체육선생님이었다는 그녀는 대학교에서도 체육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제주대학교 교육대학원을 다니고 있다. 은퇴후 말과 관련한 레저스포츠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녀가 기수를 하면서 느끼는 가장 안타까운 것은 경마라는 레저스포츠가 아직도 '사행성'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돈이 오가는 베팅이 되다 보니 사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고 이는 경마가 안고 가야할 운명인 것 같다"고 운을 뗀 그녀는 "이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경마인들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경마팬에게도 한마디 건넨다.

"경마는 레저스포츠입니다. 경마를 즐겁게 관람하려면 베팅수준은 잃어도 부담이 없는 적은 금액을 해야 바람직 하다"고 조언한다. 그녀는 "적은 금액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베팅한 말이 힘차게 결승선을 통과할때 느끼는 희열은 똑같은 만큼 냉철한 베팅은 사행성이라는 부정적 시각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기수로 데뷔한만큼 기수세계에서 족적을 남기고 싶다"고 야무진 포부를 밝힌 그녀지만 외모상으로는 '가을에 만난 말을 사랑하는 한 여인'의 느낌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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