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투어(Geo-Tour)시대 열린다/제주를 세계지질공원으로](18)수월봉

[지오투어(Geo-Tour)시대 열린다/제주를 세계지질공원으로](18)수월봉
"수성화산 퇴적구조 관찰할 수 있는 세게최고 장소"
  • 입력 : 2009. 11.04(수)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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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관 경상대 교수(지구환경과학과)는 "수월봉은 화산지형으로서는 볼품 없는 오름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화쇄난류 기원의 응회암층의 연속적인 퇴적구조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장소"라고 평가했다. 세계지질공원 후보지인 이곳을 문화재청은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했다. /사진=이승철기자

학술·교육적 가치 탁월… 문화재청, 천연기념물 예고
수월봉·선사유적지·차귀도·갱도진지 등 자원화 절실
역사문화생태관광 최적지 평가… 도의회도 대책 촉구


문화재청은 지난 10월 '제주 수월봉 화산쇄설층'을 국가지정문화재(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했다. 수월봉은 제주도의 서쪽 가장자리인 한경면 고산리에 위치해 있는 비교적 나지막한 오름이다. 제주도에 분포하는 여러 오름 중 성산일출봉, 송악산, 소머리오름 등과 더불어 수성화산(水性火山)활동으로 형성된 대표적인 곳이다. 화산 폭발시 분출된 재나 모래가 엉기어 형성된 응회암이 남북으로 해안선을 따라 길게 단면을 노출하고 있어 그 내부구조를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다.

수월봉의 서쪽 해안절벽을 따라 노출된 화산쇄설암(화산의 분출에 의해 지표에 노출된 고체물질)은 화쇄난류(火碎亂流, pyroclastic surge: 화산가스, 수증기, 화산쇄설물이 뒤섞여 격렬히 흐르는 현상)라 하는 독특한 화산재 운반작용에 의해 쌓인 화산체이다. 이 화산쇄설암의 노두(암석이나 지층이 지표상에 노출된 부분)의 가치는 매우 탁월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해안절벽 노두의 연장성이 뛰어나 화쇄난류층의 세계 최고 노두로 인정받고 있고 세계의 여러 지질학-화산학 교재에도 중요하게 소개되고 있다.

손영관 경상대 교수(지구환경과학과)는 "수월봉은 화산지형으로서는 볼품없는 오름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화쇄난류 기원의 응회암층의 연속적인 퇴적구조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장소로 평가되고 있다"고 했다. 손 교수는 "수월봉은 최고의 학술적, 교육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화쇄난류층의 세계적 표식지로서 세계자연유산 추가 등재의 1순위 후보지역"으로도 평가했다.

'제주도 지질여행'(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주발전연구원)의 수월봉편에는 이 곳의 탄낭구조에 대해 설명한다. '수월봉에서는 넓은 지역에 형성되어 있는 탄낭구조가 장관이다. 탄낭구조는 화산폭발에 의해 하늘로 올라갔던 큰 암편들이 화산재 층위에 떨어져 형성된다. 큰 암편은 화구 가까이에 떨어지고, 작은 암편은 멀리까지 날아가 떨어진다. 수월봉에 있는 탄낭은 여러 개의 지층을 뚫고 있는데, 다른 지역의 응회환(응회구)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이러한 탄낭구조는 수월봉을 형성하고 있던 지층이 물렁물렁한 상태로 쌓였음을 지시한다.'

▲수월봉 원경

# 서부권 역사문화생태관광 벨트 적지

고산 수월봉 일대는 선사유적지와 차귀도까지 있는 역사문화 생태관광벨트의 적지로 평가된다. 1998년 사적지로 지정된 선사유적지를 비롯해 일제 갱도진지, 수월봉, 차귀도, 자구내포구, 기상관측소, 철새도래지 등 숱한 역사문화생태자원이 산재해 있다.

고산 선사유적지는 1987년 주민이 밭일을 하며 땅을 파다가 타제석창과 긁개를 발견해 제주대학교 박물관에 신고함하면서 베일이 드러난 곳이다. 이 유적은 '자구내' 마을 포구에 인접한 '한장밧'이라는 평지에 자리잡고 있다. 이 유적은 우리나라 신석기 초기문화를 밝히는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고산리 한장동 해안가에는 일본군의 갱도진지가 남아 있다. 이는 태평양전쟁 말기에 제주 서부지역으로 상륙하는 미군의 공격에 대비한 전진거점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월봉 앞 해안에는 바닷물이 빠지면 일본군이 구축한 특공정 유도로 시설도 나타난다. 수월봉 해안에는 많은 갱도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지질, 역사문화, 생태공간을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대책은 답보상태다. 고산리 선사유적지의 총 79필지 9만8000여㎡ 가운데 사유지가 아직까지 매입되지 않고 있으며 아직까지 역사문화 관광자원화 구상이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예고되고 세계지질공원 인증이 유력시되고 있는 수월봉도 지질체험 관광객을 위한 인프라가 요원한 실정이다.

이 문제는 최근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에서도 제기되면서 공론화됐다. 도의회 문화관광위원회 박명택 위원장은 "고산 선사유적지와 수월봉, 자구내포구, 차귀도, 기상관측소 등을 연계한 역사문화관광벨트 구축사업을 위한 종합계획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때"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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